“눈물젖은 김밥, 시련의 2년… 고용센터서 웃음 되찾았죠”

  • 입력 2009년 3월 2일 03시 00분


“눈물 젖은 김밥 대신 요즘엔 웃음꽃 핀 밥 먹어요!” 지난해 노동부 산하 취업센터 ‘광주종합고용지원센터’를 통해 공기업에 재취업한 이재혁 씨. 김미옥 기자
“눈물 젖은 김밥 대신 요즘엔 웃음꽃 핀 밥 먹어요!” 지난해 노동부 산하 취업센터 ‘광주종합고용지원센터’를 통해 공기업에 재취업한 이재혁 씨. 김미옥 기자
‘맞춤교육’으로 인천도개공 재취업 이재혁 대리

“여보, 김밥 먹고 힘내요!”

김밥 한 개, 두 개, 세 개…. 목이 멘다. 벌컥벌컥 물을 마셔본다. 어느새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이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낮 12시. 아내가 정성스레 싸준 김밥 앞에서 한없이 무너져 내린다. “두 자녀의 아빠, 한 여자의 남편이다” “마음 단단히 먹자”라고 몇 번이고 되뇌었다. 하지만 오늘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

2년 넘게 실직의 아픔을 맛본 뒤 인천광역시 도시개발공사 단지사업 사업1본부 검단사업처에 재취업하는 데 성공한 이재혁 대리(41). 3년 전 그에게 점심시간은 40년 남짓 살아온 인생 중 가장 외롭고 힘든 순간이었다. 아내가 싸준 김밥은 삶의 에너지인 동시에 무거운 짐이었다.

광주에 있는 어엿한 건설회사의 과장이던 그를 ‘실업자’로 만든 것은 한 공사현장의 붕괴 사고였다. 사고가 나자 현장 공사과장을 맡고 있던 그에게는 ‘사고 과장’이라는 ‘주홍 글씨’가 새겨졌다. 2006년 3월, 결국 그는 쫓기듯 짐을 쌌다. 아직 서른여덟이었다.

“아내에게 말할 방법을 찾다가 함께 부부여행을 떠났죠. 이왕 회사를 관둔 김에 ‘기술사 자격증’을 따서 몸값을 높이겠다는 얘기를 했어요. 아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그는 매일처럼 광주 무등도서관으로 출근했다. 오전 6시 기상, 7시 반까지 도서관 도착, 오후 11시 귀가.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배로부터 책을 물려받고 인터넷 동영상 강의도 들으며 시험에 매달렸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실의에 빠진 그에게 새 삶을 열어준 곳은 지난해 1월 한국고용정보원을 통해 찾아간 노동부 산하 ‘광주종합고용지원센터’였다.

“상담원은 절 보자마자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라며 꾸짖었어요. 자신감을 되찾는 것이 1차 목표였죠.”

그는 지원센터에서 ‘나의 장점 표현하기’를 비롯해 이력서 작성, 면접 실습 등 1주일짜리 성취 프로그램을 교육받았다. 특히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프레젠테이션 교육’이 큰 도움이 됐다. 적절히 사진을 배치하는 법부터 핵심 키워드 뽑는 법 등 면접관들을 사로잡는 기술을 익혔다.

교육이 끝나자 인천광역시 도시개발공사 경력직에 원서를 냈다. 토지 설계에 대한 주제 발표 과정에서 다른 지원자들이 ‘워드 소프트웨어’ 발표에 그친 것에 비해 그는 직접 현장을 방문해 찍은 사진을 파워포인트에 넣었다. 차별화하기 위해서였다. 또 ‘전직 과장’이라는 체면에 얽매이지 않고 눈높이를 낮춰 대리(5급)직에 지원했다.

마침내 지난해 5월 그는 합격통지서를 받아들었다. 다들 부러워하는 공기업이었다.

“제일 중요한 건 자신감이죠. 소극적 태도 대신 스스로 장점을 찾아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해요. 동아일보의 ‘2009 함께하는 희망 찾기―일자리가 살길이다’ 캠페인을 통해 많은 분들이 저처럼 새로운 삶을 찾았으면 해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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