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전날 세계 증시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개입으로 인한 환율 하락과 기관 매수에 힘입어 소폭 상승세로 반전한 채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이날 증시와 외환시장의 선방은 기관과 정부가 떠받친 '개입 장세'라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주가와 환율의 새로운 균형점이 어느 선에서 형성될 지는 좀더 시간이 지나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롤러코스터 장세에 정부 개입
이날 코스피는 전날 뉴욕 증시가 6,800선을 내주면서 4.24% 급락한 영향으로 개장과 동시에 지수 1,000이 붕괴된 채 거래를 시작했다. 여기에 환율마저 장중 1600원에 가까워지자 투자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주가는 992선까지 떨어지며 폭락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오후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기관들의 저가 매수세가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고, 특히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환율 상승세가 제한되면서 증시는 반등세로 돌아섰다. 결국 코스피는 전날보다 6.76포인트(0.66%) 오른 1,025.57로 장을 마쳤다.
환율은 1590.0원으로 개장한 뒤 1594.0원까지 치솟았으나 외환당국이 달러화를 매도하면서 전날보다 17.9원 떨어진 1552.4원으로 마감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이틀간 외환당국이 15억 달러 가량을 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은 불안하게 보면 불안한 것이고 의연하게 보면 괜찮다"며 "환율은 흐름이라는 것이 있으니 한 방향으로만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환율 하락에 일조했다.
LIG투자증권 서정광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주식을 많이 팔아치워 매수여력이 커진 기관이 지수가 하락하자 저평가된 국내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내외 곳곳에 여전히 악재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중국(-1.05%)과 일본(-0.69%) 증시가 이날 하락한 가운데 유독 국내 증시만 상승한 것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외국인이 보유한 채권 만기 도래, 동유럽발 금융위기의 악화, 미국 금융회사들의 실적 발표 등 악재가 이어지면 국내 증시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골드만삭스와 JP모간 등 미국 금융회사들이 16일부터 발표하는 실적이 예상보다 나쁘면 국내 증시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환율도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일단 상승세가 멈췄지만 국내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만큼 언제든지 다시 불안에 빠질 수 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선임연구원은 "미국발 악재와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의 수익성 악화, 은행들의 자본 취약성 문제가 겹쳐 국내 금융시장은 출렁이는 양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이지연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