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재테크]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증시 투자 시기 언제로?

  • 입력 2009년 3월 5일 02시 58분


[Q]최근 고공행진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금융시장에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급등한 이유는 무엇이고, 환율 상승은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기준금리 인하 종료-환율안정 시점이 반등 신호탄

[A]올해 초만 해도 1300원 선이던 원-달러 환율이 요즘은 16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의 한파가 몰아쳤던 1997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연초 이후 원-달러 환율 상승속도는 현재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제기되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 다음으로 높다.

2005∼2007년 3년 동안은 한 해 전체 환율의 변동 폭이 100원을 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할 때 지금의 환율 상승 속도에는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환율이 상승하는 원인은 달러 강세라는 외부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한국의 외화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의 유동외채비율이 96.4%를 기록했다. 유동외채는 단기외채와 만기 1년 미만의 장기외채를 말하는데, 이것을 외환보유액으로 나눈 값이 유동외채비율이다. 유동외채비율이 100%라는 것은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외채와 외환보유액이 거의 같은 크기임을 뜻한다.

문제는 2007년보다 유동외채가 줄어들었는데도 외환보유액의 감소가 커서 유동외채비율이 오히려 상승했다는 것이다. 외환보유액이 줄어들면서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여지도 줄어들고 있다.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당장 줄어든 외환보유액이 예전 수준으로 늘어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미국 금융주에 대한 불안감이 달러에 대한 쏠림 현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동유럽 위기로 전체 신흥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길 것이다. 물론 환율 상승, 수입 감소에 따른 무역수지 개선 효과는 환율의 상승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기침체 상황에서 수출 실적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환율 안정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분간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증시도 추세적인 상승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가 전반적으로 호전되고 위험자산을 회피하는 현상이 완화되는 시점이 본격적으로 환율이 안정되고 증시가 상승할 시점이 될 것이다. 원-달러 환율에 국내 증시의 위험 요인이 집약돼 있어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주가가 반등하는 현상이 함께 찾아올 수 있다.

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종료되는 시점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사실상 종료된 상태에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계속 내리고 있어 달러 대비 원화의 가치가 더욱 떨어지고 있다. 이는 내외금리차가 급격히 축소되기 시작한 시점과 원-달러 환율의 상승 시점이 일치한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기준금리가 더 낮아지지 않는 것은 경제 상황이 호전됐고 경기 전망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나타낸다고도 볼 수 있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증시의 변동성도 커지는 시기에는 저점을 예단하고 증시에 대응하기보다 저점을 충분히 확인하기 위해 한발 물러서 있는 것도 좋은 투자방법이다. 환율과 함께 기준금리의 인하 추이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투자 시점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

정리=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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