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를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속을 떠올리게 된다. 상속 과정에서 재산분할을 위해 유언을 해야 할 텐데 유언을 하려면 꼭 변호사를 찾아가야만 하는 것인가. 가끔 유언을 했는데도 잘못돼 무효라는 기사를 접하게 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유언이라고 하면 외국 영화의 소재나 고액 자산가에게만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 하지만 최근은 자산규모와 관계없이 미리 유언서를 작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언자의 뜻에 따라 유산을 분배할 수 있고, 상속인들은 분쟁 없이 상속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언서는 공증인인 변호사가 작성하는 ‘공정증서방식 유언’과 이보다 간편하게 작성할 수 있는 ‘자필증서 유언’이 있다.
자필증서 유언은 증인이 없어도 되고 작성비용도 들지 않으며 만 17세 이상이면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다. 자필증서 유언은 민법 제1066조에 따라 유언자가 전문, 작성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쓰고 날인(捺印)하는(도장을 찍는) 방식으로 성립된다. 이 5가지 필수 요건(전문, 날짜, 주소, 성명, 날인)을 모두 갖춰야만 유효하다.
유언 전문은 모두 자필로 해야 하기 때문에 타인이 대신 필기해 주거나,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해 출력 또는 복사한 것, 일부라도 다른 사람이 작성한 것은 모두 무효이다.
작성 연월일도 반드시 유언자가 직접 자서를 해야 한다. ‘2009년 ○월 ○일’이라 써도 되고 ‘환갑일에’ 또는 ‘50번째 결혼기념일에’처럼 유언 작성 날짜를 명확히 알 수 있으면 된다.
주소는 유언장의 작성지가 아니라 유언자의 주소를 적어야 한다. 주소는 주민등록상의 주소지가 아니더라도 생활의 근거가 되는 곳이면 된다.
유언자의 성명 역시 자서로 해야 하는데, 본명뿐 아니라 호나 예명을 사용해도 본인을 정확히 알 수 있으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이 날인, 즉 인장 또는 도장을 찍는 것인데, 날인은 타인이 해도 되며 꼭 인감도장일 필요도 없다. 또한 날인이 꼭 도장일 필요도 없고 손으로 하는 무인(拇印)도 유효하다.
실제로 날인을 하지 않아 유언서가 무효가 된 사례가 있다. 상속 1, 2순위자인 직계존비속과 배우자가 없는 사회사업가 김모 씨는 123억 원을 모 사립대에 기부한다는 유언장을 남겼다.
하지만 이 유언장은 도장이 찍혀 있지 않아 무효 판결을 받았고 결국 제3순위 상속인인 형제자매가 상속을 받았다. 대학 측은 “자필로 서명을 한 유언장에 날인까지 돼 있어야 효력을 인정하는 민법 제1066조는 유언자의 자유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지만, 헌법재판소는 2008년 3월 이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날인(무인 포함)하지 않은 유언서는 무효로 함이 합당하다는 것이었다.
조재영 삼성생명 FP센터 팀장
정리=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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