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시설公 “사전시험 충분히 거쳐”
‘선정과정 의혹’ 괴문서 돌아
출처 싸고 “고발 불사” 공방
경부고속철도(KTX)의 안전성과 업체 선정과정에 대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KTX 1단계 구간(서울∼대구)은 운행 중이며, 2단계(대구∼부산) 구간은 시공 중이다.
시공 중인 2단계 구간의 일부 콘크리트 침목에 균열 현상이 발생하면서 불거진 안전성 논란은 핵심 부품인 체결장치 선정의 적절성 문제로 비화됐다.
▽체결장치 선정의 적절성=논란의 핵심은 2단계 구간에 적용된 ‘레다 2000공법(독일 콘크리트 침목 제조회사인 레일원사 특허)에 팬드롤사 체결장치를 쓰는 것이 문제가 없느냐는 점이다.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는 쪽은 “레다 2000공법은 보슬로사 체결장치를 부착해 독일에서 승인받은 공법”이라며 “레다 2000공법에 영국 팬드롤사 체결장치를 사용한 침목은 안전성 검증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사를 주관하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레다 2000공법의 소유자는 독일 레일원이며, 레일원의 한국 자회사인 천원레일원에서 팬드롤사 제품을 부착한 침목을 생산하고 있다”며 “사전 시험을 충분히 거쳤으며 공법 소유자가 이상 없다고 만든 침목을 체결장치 생산회사가 문제제기 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단은 2, 3년 전부터 이 같은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2007년 감사원 감사까지 받자 지난해 3월 편법으로 2단계 구간 중 4공구는 팬드롤사, 5공구는 보슬로사 제품을 선정했다.
그러나 이후 환율 급등 등으로 두 제품의 가격차가 40여억 원이나 나자 업체 선정을 시공사에 맡겼으며, 시공사는 가격이 저렴한 팬드롤사 제품을 선택했다.
▽실제 안전성 문제는=KTX 1, 2단계 구간에는 대부분 영국 팬드롤사 체결장치가 사용됐다.
실제 운행 중인 1단계 구간이 궤도틀림 현상 등으로 보수유지 구간이 급증한 것은 사실이다. 1단계 구간의 보수 길이는 개통 직후인 2004년 1890km에서 2005년 604.7km, 2006년 464.8km, 2007년 593km로 안정화를 보이다가 지난해 924.7km로 급증했다.
의혹을 제기하는 쪽은 이것이 검증이 안 된 팬드롤사 제품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체결장치 때문에 궤도틀림이 발생했다는 명확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1단계 구간은 2단계(콘크리트궤도)와 달리 자갈궤도로 부설됐으며, 자갈궤도는 침목이 단단히 고정된 콘크리트궤도와 달리 어느 정도의 궤도틀림이 항상 발생한다. 이 때문에 끊임없이 유지보수를 해줘야 한다.
또 선로의 궤도틀림은 지반 침하, 자갈 문제, 체결장치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체결장치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 다소 어렵다.
▽업체간 신경전=2단계 고속철도 사업의 궤도 공법 특혜 선정 및 안전성 등을 둘러싼 논란은 2006년 공사가 발주된 직후부터 시작됐다.
이 문제는 당시 국회 국정감사에서까지 제기됐고, ‘궤도재료 선정 과정의 의혹’이라는 괴문서까지 나돌았다.
감사원은 2007년 괴문서가 주장하는 모든 의혹을 포함해 공단에 대한 전방위 감사를 벌였지만 업체 선정이나 체결장치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밝히지는 못했다. 의혹 제기가 무성한 것은 고속철도 호남선 구간 공사 수주를 위한 경쟁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공단 측은 “아직도 괴문서 등 음해가 난무하고 있어, 현재 검찰 수사 의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보슬로사는 “누군가가 괴문서의 출처가 우리라고 흘리는 것 같은데,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