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주부가 제일 먼저 알았다

  • 입력 2009년 3월 12일 02시 59분


신세계 1인당 실질소비 측정 ‘이마트지수’ 발표

작년 2분기부터 하향세… “소비위축 당분간 지속”

국내 소비자들이 글로벌 경제위기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이미 씀씀이를 줄여 왔다는 분석이 나왔다. 위기가 본격화된 10월 당시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놓고 논란을 벌였던 것과 달리 국내 소비자들은 미리 지갑 단속에 나섰던 셈.

신세계는 11일 경기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소비량 변화를 지수화한 ‘이마트지수’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 “장바구니는 알고 있었다”

이마트지수는 전국 이마트 120개 점포 가운데 신규 점포 출현 등 경쟁상황 변화가 적은 50개 점포에서 판매하는 식품, 생활용품, 의류 등 476개 품목의 분기별 소비량이 경기 상황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지수화한 것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도 추이를 나타낸다.

2008년 1분기(1∼3월) 102.5였던 이마트지수는 2분기(4∼6월) 99.6으로 2.9포인트 하락하며 100 밑으로 내려왔다.

반면 이 기간 이마트 매출은 2008년 1분기 7.0%, 2분기 4.8%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다.

이후 이마트지수는 3분기(7∼9월) 96.0, 4분기(10∼12월) 95.1로 죽 내리막길을 내려오다 올 1, 2월 역시 94.3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이마트 매출 신장률은 2008년 3분기 1.3%에서 4분기 ―0.2%로 하락 반전한 후 올 1, 2월 역시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소비자들이 미국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며 전 세계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작년 10월 이전부터 이미 씀씀이를 줄였다는 점이다. 당시 유가 급등으로 물가가 오른 측면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외환위기를 겪었던 소비자들의 ‘학습 효과’가 더 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 진실의 순간, 소비자의 선택은…

이마트지수와 유사한 지표로는 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와 삼성경제연구소의 ‘소비자태도지수’가 있다. 두 지표는 소비자들에게 경기 전망을 묻는 선행지표인 데 비해 이마트지수는 매월 일어난 소비를 분석한 후행지표인 셈이다.

지난해 10월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4분기 소비자태도지수는 전 분기에 비해 0.9포인트 올랐지만 이마트지수에서 나타난 실제 소비량은 반대로 0.9포인트 줄었다.

장중호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 소장은 “정작 사야겠다고 마음먹은 물건을 실제로 매대에서 집어 카트에 넣는 그 순간을 유통업계에서는 ‘진실의 순간(Momentum of Truth)’이라고 부른다”며 “두 지수 간에 차이가 생긴 것은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에서 느끼는 장바구니 체감 온도는 더 낮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마트지수 분석 결과 불황으로 같은 상품군에서도 더 싼 제품을 선택하는 ‘가치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일에서는 국산 과일 지수가 97.9였지만 환율로 가격이 뛴 수입 과일 지수는 76.2에 그쳤다. 냉장고 역시 가격이 싼 일반 냉장고 지수는 102.8인 반면 양문형 냉장고는 75.9로 소비가 급감했다.

::이마트지수::

신세계가 제품 가격 대신 수량으로 소비자들의 소비량을 지수화한 것. 기존 매출액 중심 신장률은 실제 판매량은 줄었지만 물가 인상으로 매출이 늘어나는 등의 변수를 반영하지 못해 경기 판단 지표로 한계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새로 고안했다. 서울, 경기, 부산, 제주 등 지역별 인구 가중치에 따라 점포 50곳을 선정한 후 전년 같은 기간을 100으로 설정해 조사 기간 이마트에서 구매한 소비자들의 소비량이 얼마나 늘고 줄었는지를 조사해 수치화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