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패? 주택-상가로 분산 위험 줄여야
“앞이 보이지 않는다.”
현재 시장을 바라보는 부자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세계 경제가 길 잃은 배처럼 정처 없이 표류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금융회사들이 국유화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나다 보니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와 동유럽 위기 등 불안한 소식이 이어지고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펀드와 부동산에 대해 어떠한 점을 살펴야 하는지를 짚어보자.
펀드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 마이너스 상태다. 한동안 유명세를 탔던 펀드들도 이제는 투자자들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불과 2, 3년 만에 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치며 투자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일부는 외환위기 때 얘기를 많이 한다. 당시 2년이 안 돼 경기가 회복됐던 상황을 기억하며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여건이 많이 다르다. 당시와 달리 지금은 선진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금융위기를 겪고 있으며 실물로까지 위기가 확대돼 그 끝을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 펀드는 끝인가.
자본시장은 호황과 침체를 반복하며 성장해 왔다. 대공황, 금본위제 폐지, 오일쇼크 등 위기도 있었지만 결국은 새로운 대응방안이 나오며 성숙해 왔다. 현재 위기도 시간은 걸리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시장은 다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지구촌 경제가 다같이 살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기간에 필요한 자금이 아니라면 기업과 자본시장의 성장을 보고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다.
부동산에 대해서는 다른 고려할 것이 많다.
과거 외환위기 때를 떠올리며 지금이 투자할 기회라는 이들도 있고 조금 더 가격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기다리라는 사람도 많다. 정부는 연이어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은 기대만큼 움직여주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부동산 불패’ 신화가 있었다. 부동산은 그 자원의 희소성 때문에 가치가 오르고, 투자하면 결코 손해는 안 본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모든 거래에 실거래가가 적용돼 세금 감면효과가 없어졌다. 시장 주체인 수요층도 달라졌다. 인구 구성에서 노령층은 늘어난 반면 젊은 세대는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부동산 수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집에 강한 집착을 보인 부모 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는 집도 소유보다는 편리함에 더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주택뿐 아니라 오피스텔이나 상가도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기대 가격차가 너무 커 거래가 제대로 성사되지 않고 있다.
부동산과 관련해 또 살펴야 할 것이 통화가치다. 흔히 부동산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책으로 꼽힌다. 인플레이션이 있더라도 부동산을 가지고 있으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 하지만 지금은 디플레이션도 걱정해야 한다.
현재 유동자금이 사상 최대라고 하더라도 과거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유동자금이 넘쳐나도 부동산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철저하게 자산을 분산해 위험을 줄이고 기회를 엿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부동산도 주택과 수익용 상가 등으로 자산을 배분하고 기회가 왔을 때를 대비해 어느 정도 유동자산을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박동규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골드센터 PB팀장
정리=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