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사원들과의 대화’에 잇달아 나서고 있다.
이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주제는 위기 극복을 위한 고통 분담이다. 사용하는 용어도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초대형 폭풍)’ ‘살얼음판’ ‘서바이벌(생존)’ 등 절박성이 진하게 묻어나는 것이 상당수다.
SK C&C 김신배 부회장은 지난달 초 임원과 팀장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구성원과의 대화’에서 “세계 경제위기는 일정 기간 지속할 것이고, 우리도 이미 퍼펙트 스톰에 들어와 있다”며 “변화한 경영환경을 명확하게 인식해 달라”고 당부했다.
SK네트웍스 이창규 사장은 지난달 25일 ‘CEO에게 듣는다’란 사내 방송에서 “지금의 글로벌 경제위기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2차, 3차 경제위기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CEO부터 솔선수범해 열정과 패기를 갖고 위기 극복에 임하겠지만 구성원들도 지금의 위기는 물론 다가올 위기에도 경각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SK계열사 CEO들은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위기가 기업에 큰 위협이 되고 있지만 희망과 자신감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장석 SKC 사장은 지난달 10일 본사 팀장 워크숍을 열고 “이번 위기는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지만 이를 극복해낸다면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 주형철 사장도 지난달 중순 CEO 간담회를 열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목표를 달성할 방법을 찾고 서로 신뢰하고 격려한다면 올해를 새롭게 도약하는 원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SK계열사 CEO들이 사원들과 대화의 자리를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까닭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를 독려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매달 사장단 오찬 회동 등에서 “내가 여러분과 소통하듯 여러분도 구성원들과 직접 만나 현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라”고 당부해왔다.
한편 SK그룹 임원과 사외이사는 1월 말부터 연봉 10∼20%와 성과급 일부를 자진 반납했으며 계열사별 노사도 올해 임금을 동결하거나 인상하더라도 최소화하는 데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