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최대 7억달러 글로벌채권 발행”

  • 입력 2009년 3월 16일 02시 52분


16~18일 런던-뉴욕서 설명회… 현금확보 나서

亞 알짜 회사에 대한 해외 신뢰수준 보여줄듯

포스코가 올해 아시아 기업들의 자금 조달 상황을 보여 주는 ‘시금석’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올해 아시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글로벌 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채권의 성공적인 발행 여부에 대해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재계에서는 유동성이 풍부한 포스코가 채권 발행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투자자 선호 보여 줄 ‘리트머스 시험지’

15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16일부터 18일까지 런던과 뉴욕 시장에서 투자 설명회를 연 뒤 5억 달러(약 7425억 원)에서 최대 7억 달러 규모의 외화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해외채권 발행 주간사회사는 씨티그룹과 도이체은행, 골드만삭스, HSBC, 메릴린치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포스코의 회사채 발행은 아시아 기업의 회사채 수요를 보여 주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소재 애버딘애셋매니지먼트의 스콧 베넷 펀드매니저는 “이번 채권 발행 결과로 한국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는 물론 원자재 기업과 아시아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채권 발행이 성공적이라면 다른 아시아 기업들도 채권 발행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13일 포스코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것도 악재(惡材)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운영 자금 조달?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채권 발행의 목적을 “원자재 구입 등에 필요한 달러화 운영 자금 조달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동성이 비교적 풍부한 포스코의 채권 발행은 당장의 필요보다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현금을 미리 확보해 놓기 위한 차원으로 재계는 분석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포스코는 지난해 말 기준 약 3조7000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운영 자금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올해 모두 7조5000억 원의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다 날로 경색되는 세계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해 미리 ‘실탄’을 확보하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환율 안정을 위해 기업들의 해외 채권 발행을 ‘독려’하고 있는 정부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금리가 불안한 현 시점에 굳이 서둘러 해외 채권 발행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가 어느 정도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느냐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 M&A 능력 키워야

해외 투자를 강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라는 분석도 있다. 장기적으론 해외 시장에 ‘괜찮은 매물’이 나올 것에 대비한다는 의미다. 이미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취임 후 적극적으로 해외 철강사를 인수합병(M&A)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런 ‘준비’와는 별도로 포스코의 ‘추진력’에 대해선 아쉬워하는 시각이 없진 않다. 그동안 포스코가 국내외에서 M&A에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포스코는 2004년 한보철강 인수전에서 현대제철 컨소시엄에 고배를 마셨고,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두고도 일찌감치 물러섰다. 2005년과 2006년 중국 철강회사 인수 시도에서도 좌절하는 등 포스코가 해외 M&A에 성공한 것은 지난해 말 출범한 포스코-말레이시아가 유일하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정 회장의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서라도 M&A 기술 등 M&A 자체와 관련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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