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뿐이 아니다. 실물경기의 가장 중요한 바로미터인 고용사정 및 기업실적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이들 지표가 플러스로 돌아서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최악의 지점이 멀지 않았다는 신호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주가의 상승은 신기루 내지는 착시(錯視)'에 불과하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멈추지 않는 집값 하락
선진국 금융기관의 부실을 불러온 주택가격 폭락세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1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주 발표예정인 2월 미국의 주택신규착공실적이 1월보다 3.4% 감소한 45만채(연율환산 기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표적인 주택가격지표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케이스-실러 지수도 3개월째 사상 최대 감소폭을 경신하고 있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는 각국으로 전이되면서 주요국 주택가격의 동반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 달 영국 잉글랜드 및 웨일즈 지역의 집값은 월간 기준으로 12개월 연속 내렸고, 최근 8개월 연속으로는 매월 1% 이상씩 하락했다. 중국도 경기침체가 지속되며 경제수도 상하이의 집값이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하락했다.
시장 침체가 지속되자 미국 정부는 지난 달 차압 위기에 처한 주택소유자를 구제하는 내용의 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이 바로 시장을 회복시키기엔 무리라는 반응이 많다.
현대증권 김용희 연구원은 "침체의 골이 너무 깊어 2, 3월의 부동산 시장지표도 여전히 좋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버블 해소, 아직 멀었다
최근 씨티그룹 등 일부 금융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 초 순이익을 냈다고 밝혔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있다. 최고 경영자들 스스로 실적을 밝히면서 "더 이상 기존 대출자산의 부실화 되지 않는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고 시장은 대출자산의 부실화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JP모간체이스는 지난달 말 투자설명회에서 "올해 부동산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주택관련 대출에서 나오는 손실이 분기당 14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집값의 하락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미국에서 지난달 모기지 대출 연체 등으로 인한 주택 차압 건수는 1년 전에 비해 30% 늘었다. 압류된 집이 싼값에 경매에 붙여지면서 시장은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았다. 가격 폭락의 악순환이 벌어진 셈이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수석연구원은 "대출 기초자산의 하락세가 지속되는 한 금융기관 손실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CEO의 말보다는 미국 주택가격의 움직임을 판단의 잣대로 삼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 세계 주택시장은 언제쯤이나 돼야 안정을 되찾을까?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지난달 말 칼럼에서 이에 대해 매우 암울한 전망을 했다. 유럽에서 가장 집값 버블이 심했던 영국은 2006~2007년 전국 평균 주택가격이 1995년 대비 3배 수준까지 올랐다가 이제 고작 20%가 빠졌다. 영국과 비슷하게 집값이 뛰었던 스페인도 정점 대비 4%, 미국은 27%가 각각 하락했을 뿐이다. 그동안 쌓인 거품이 꺼지려면 앞으로 더 오랜 세월이 지나야 한다는 뜻이다.
●실물지표인 고용 및 기업실적도 악화지속
실물지표의 개선을 확인시켜주는 고용 사정도 아직 바닥을 자신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지난 달 미국의 실업률은 8.1%로 25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하지만 앞으로도 일자리가 더 사라지고 실업률이 9%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S&P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미국 기업들은 1935년 이후 최악의 손실을 냈으며, 실적 악화는 비(非)금융부문 기업들로 확산되는 추세다.
비관론자들은 유가나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 반도체 시황의 개선 등 최근 개선될 조짐을 보이는 일부 경기지표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침체의 속도가 둔화된 것일 뿐, 지표의 난조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설령 바닥이 왔더라도 금세 치고 올라가지 않는 '길고 긴 바닥'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15일 방송 프로그램에서 "침체의 바닥이 보인다"는 해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누구도 그런 판단을 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