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 여전히 발목잡는데…글로벌 경제 호전? 착시!

  • 입력 2009년 3월 17일 02시 57분


전세계 주택가격 폭락세는 현재진행형

소비위축→금융-실물침체 악순환 여전

美 증시 등 주요국 경제지표 개선 기미에도

바닥 왔다는 신호 없는 한 안심 못해

지난 한 주 미국 뉴욕 증시는 최근 4개월 새 최고의 지수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경제지표들도 일부 호전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드디어 지옥 같은 경제위기가 수그러들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이에 대해 “그렇다”고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선 금융위기를 불러온 미국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뿐이 아니다. 실물경기의 가장 중요한 바로미터인 고용사정 및 기업실적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이들 지표가 플러스로 돌아서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최악의 지점이 멀지 않았다는 신호가 나타나지 않는 한 주가의 상승은 신기루 내지는 착시(錯視)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멈추지 않는 집값 하락

선진국 금융기관의 부실을 불러온 주택가격 폭락세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1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주 발표예정인 2월 미국의 주택신규착공실적이 1월보다 3.4% 감소한 45만 채(연율환산 기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표적인 주택가격지표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케이스-실러 지수도 3개월째 사상 최대 하락폭을 경신하고 있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는 각국으로 전이되면서 주요국 주택가격의 동반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영국 잉글랜드 및 웨일스 지역의 집값은 월간 기준으로 12개월 연속 내렸고, 최근 8개월 연속으로는 매달 1% 이상씩 하락했다. 중국도 경기침체가 지속되며 상하이의 집값이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하락했다.

시장침체가 지속되자 미국 정부는 지난달 차압 위기에 처한 주택소유자를 구제하는 내용의 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이 바로 시장을 회복시키기는 무리라는 반응이 많다.

현대증권 김용희 연구원은 “침체의 골이 너무 깊어 2, 3월의 부동산 시장지표도 여전히 좋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 부동산 버블 해소, 아직 멀었다

집값의 하락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미국에서 지난달 모기지 대출 연체 등으로 인한 주택 차압 건수는 1년 전에 비해 30% 늘었다. 압류된 집이 싼값에 경매에 부쳐지면서 시장은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았다. 가격 폭락의 악순환이 시작된 셈이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수석연구원은 “대출 기초자산의 하락세가 지속되는 한 금융기관 손실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CEO의 말보다는 미국 주택가격의 움직임을 판단의 잣대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 세계 주택시장은 언제쯤 안정을 되찾을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말 칼럼에서 이에 대해 매우 암울한 전망을 했다. 유럽에서 가장 집값 버블이 심했던 영국은 2006∼2007년 전국 평균 주택가격이 1995년 대비 3배 수준까지 올랐다가 이제 고작 20%가 빠졌다. 영국과 비슷하게 집값이 뛰었던 스페인도 정점 대비 4%, 미국은 27%가 각각 하락했을 뿐이다. 그동안 쌓인 거품이 꺼지려면 앞으로 더 오랜 세월이 지나야 한다는 뜻이다.

○ 美 실업률 8.1%… 25년만에 최고치

대표적인 실물지표인 고용 사정도 아직 바닥을 자신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8.1%로 25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하지만 앞으로도 일자리가 더 사라져서 실업률이 9%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S&P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미국 기업들은 1935년 이후 최악의 손실을 냈으며, 실적 악화는 비(非)금융부문 기업들로 확산되는 추세다.

비관론자들은 유가나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 반도체 시황의 개선 등 최근 개선될 조짐을 보이는 일부 경기지표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침체의 속도가 둔화된 것일 뿐, 지표의 난조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설령 바닥이 왔더라도 금세 치고 올라가지 않는 ‘길고 긴 바닥’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15일 방송 프로그램에서 ‘침체의 바닥이 보인다는 해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누구도 그런 판단을 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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