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약사 지금 M&A로 덩치 키워야 생존”

  • 입력 2009년 3월 20일 03시 00분


“지금이 한국 제약업계에 있어 중요한 시점입니다. 인수합병으로 회사 규모를 늘리지 않는다면 토종 제약사가 모두 사라진 대만과 중국의 전철을 밟을 수 있습니다.”

이희열 바이엘쉐링제약 아시아태평양 사장(44·사진)은 17일 싱가포르 인터콘티넨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제약사들이 많아야 300여 명의 연구원에 200억∼300억 원을 연구개발비로 쓴다”며 “글로벌 신약의 평균 투자액인 1조5000억 원과 비교하면 세계적으로 팔리는 신약의 생산 환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독일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사인 바이엘쉐링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책임자다. 제약사뿐 아니라 다른 업종의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 중에서도 최고위급에 속한다.

그는 “정부에서 제약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지정한다고 신약이 개발되는 게 아니라 정부와 제약업계, 연구기관 등이 모여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투자 계획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장은 최근 한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 추진 방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주로 인턴 위주의 채용이 이루어지는데 소속감이 없는 인턴사원이나 기업 모두 시간낭비일 가능성이 높다”며 “오히려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 적극적인 채용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7년 한국BMS제약 사장을 맡아 직원들의 연봉을 대폭 인상하며 당시 제약업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한국바이엘쉐링은 올해도 전체 직원의 20%인 100여 명 수준의 공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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