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그리고 옛 대우그룹 등은 모두 이달 일제히 창립기념일을 맞지만 가능한 한 조촐하게 치르거나 아예 그룹 차원의 축하 행사를 생략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의 창립기념일은 ‘모태’인 삼성물산이 출범한 3월 22일이다. 올해로 창립 71주년이 되지만 삼성은 성대한 기념행사 등을 일절 치르지 않기로 했다.
‘특검 사태’ 여파로 이건희 전 회장이 현직에서 물러나고 전략기획실이 해체되는 등 공식적으로 그룹 조직이 없어진 데다 경기 불황까지 겹쳐 ‘화려한 자축연’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중론이기 때문이다. 삼성물산도 내부 행사 차원에서만 20일 임직원들에게 근속상 등을 시상했다.
LG그룹 또한 27일 창립 62주년을 맞이하지만 전례대로 특별한 행사 없이 휴무만 할 계획이다.
과다 채무 및 부실 경영 등으로 1999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판정을 받고 해체된 옛 대우그룹의 창립기념일은 22일. 대우의 전직 임원 모임인 ‘우인회’는 대우그룹 창립기념일을 앞두고 20일 오후 서울 중구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대우 출범 42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처음으로 참석해 재계의 각별한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우인회 측은 “한 시절을 함께한 이들끼리 모인 조용한 친목 모임이었을 뿐”이라며 “김 전 회장도 한때 동고동락하던 이들을 정신적으로 위로하기 위해 참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속사정이야 어떻든 성대한 창립 기념행사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것이 요즘 전체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