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투자를 하려면 은행 증권사 보험사와 같은 판매회사에서 펀드를 사야 합니다. 펀드 판매회사는 펀드를 판 자금을 자체 보관하지 않고 보관은행으로 보냅니다. 보관은행에 보내진 자금으로 어디에 투자할지를 결정하는 게 투신운용사, 자산운용사라는 이름을 가진 운용회사의 역할이죠.
펀드 판매회사나 운용회사에 경영 파탄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내가 낸 투자 자금은 어떻게 될까 걱정하는 투자자도 있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투자자들이 낸 자금과 그 자금으로 매입한 주식, 채권 등은 투자자를 대신해 보관은행이 안전하게 보관해 주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안전성보다는 투자 자금을 운용하는 회사의 운용 능력입니다. 운용회사가 운용 대상 주식이나 채권 등을 잘못 고르면 펀드의 기준 가격이 하락해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펀드 투자를 할 때 가장 주의 깊게 보아야 하는 것은 펀드 운용사의 과거 운용 성적표입니다. 그것도 언론에서 자주 보도하는 6개월, 1년의 단기 성적만을 보아서는 안 됩니다. 단기 성적은 ‘운’이라는 요소가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3년 이상, 가능하면 5년 이상의 성적표를 보고 계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올리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수익률 순위를 발표하는 자료를 보면 1년 운용 상위랭킹에서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운용사의 펀드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간이 2년, 3년으로 장기화되면서 이들 운용사의 펀드 수는 늘어가고 5년쯤 되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합니다.
운용을 스타급 펀드매니저의 기량에 100% 의존하는 회사는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운이 좋아서 좋은 성적을 냈더라도 스타 펀드매니저가 회사를 떠나버리면 그 후의 운용 성적은 불안정해지기 때문이죠.
따라서 운용회사는 일관성 있는 운용 철학과 계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운용 시스템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운용회사 경영의 독립성이 중요합니다. 경영자나 펀드매니저가 수시로 바뀌는 회사에서는 운용 철학과 운용 시스템이 장기간 지속되기 어렵겠지요.
세계적으로 성공한 운용회사들이 대기업 그룹의 계열사보다는 규모는 작더라도 독립된 업체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가 운용 철학이나 운용 시스템을 평가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펀드평가회사의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설명해줄 수 있는 파이낸셜플래너(FP)의 도움을 받는 게 훨씬 수월할 겁니다.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
정리=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