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경찰청장 재임 당시 보장된 임기를 1년여 앞두고 그만둘 때 직원들이 ‘가지 말라’고 붙잡았습니다. 앞으로 코레일 사장을 그만둘 때 직원들로부터 똑같은 이야기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19일 취임한 허준영 코레일 사장(57)은 새로운 명함에 ‘세계1등 국민철도’라고 썼다. 취임 후 주위에는 자신의 별명을 앞으로 ‘허철도’로 불러달라고 말했다.
외무고시 출신으로 경찰총수까지 지냈으나 2005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농민시위 과잉진압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그가 코레일 사장으로 임명돼 주목을 받았다. 27일 대전청사에서 허 사장을 만났다.
허 사장은 “학연 지연 혈연에 기초한 정실 인사를 배격하고 능력 중심의 인사 개혁으로 공기업 개혁 모델을 만들겠다”며 “핵심 간부인 지사장, 차량관리단장 등을 연공서열이 아닌 내부 공모로 뽑고, 헤드헌팅과 특진호봉제 등을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밝혔다.
다음 달 1일이면 개통 5주년이 되는 KTX의 서비스 개선 방안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허 사장은 “KTX는 올 12월이면 이용객 2억 명을 돌파하고 정시율, 정비능력, 운영기술, 서비스 등은 세계 철도계가 인정할 정도”라며 “하반기에 선보이는 KTX-Ⅱ는 자유로운 좌석방향 조절과 넓은 좌석, 가족실, 스낵바 등 서비스를 개선하고 안전에도 최대 역점을 둘 방침”이라고 말했다.
KTX의 2007년 영업수지 적자는 6400억 원으로 2010년까지 절반 이하로 줄이지 못하면 민영화 검토 대상이 된다.
코레일은 앞으로 인력과 계열사 경영의 효율화, 여객과 화물 등 사업부별 회계분리 등을 통한 책임경영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코레일의 부대사업 비중은 매출액의 2.3%로 일본의 30%, 프랑스의 20% 선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만큼 사업영역을 다각화해 부대사업 비중을 20% 수준까지 높일 계획이다.
허 사장은 “최상의 철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1등 국민철도’를 만들어 철도 르네상스를 이룩하겠다”며 “우리 철도를 국민들이 친근하게 여기고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허 사장 앞에는 장애물이 적지 않다. KTX 노조는 허 사장이 경영인으로서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정치적 배경에 의한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보안전문회사 시큐어넷에서 회장으로 1년간 재직한 경험이 있어 기업경영이 처음은 아니다”며 “철도는 복잡하고 다양해 전문성을 두루 갖추기 쉽지 않지만 조직 내의 모든 전문성과 역량을 최대한 결집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허 사장은 “지금은 초긴축 경영을 하지 않으면 구성원 전체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며 “노사 모두 원칙을 지켜야 하고, 노조도 조합원의 미래를 위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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