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항공기서 제품 내려 화물선에 실어라

  • 입력 2009년 3월 28일 03시 03분


글로벌 경제위기로 각 기업이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걸면서 물류비 감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제품 운송방식이 크게 바뀌고 ‘3자 물류’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운임료를 한 푼이라도 낮추려는 화주들의 압력이 거세지면서 물류업체들의 원가 절감 노력도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 전자업계 ‘비행기+선박’ 운송으로

27일 물류업체인 범한판토스에 따르면 최근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1, 2월 중국∼한국 ‘시앤드에어(Sea & Air·해상-항공 연계)’ 물동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6%(150t) 늘어난 1400t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 회사가 취급하는 순수 항공운송 물동량은 올해 1월과 2월 전년 대비 각각 8%와 13% 줄었다. 화주 기업들이 항공운송을 줄이는 대신 시앤드에어 물량을 늘리고 있는 셈이다.

시앤드에어란 기존에 항공운송으로만 실어 나르던 전자·정보기술(IT) 제품을 배를 통해 해외에서 국내로 들여온 뒤 소비지까지 비행기로 수송하는 방식. 전자·IT제품은 부품의 정밀성과 상대적으로 빠른 재고 소진율을 고려해 예전부터 항공운송 방식이 선호됐다. 운임료가 비싼 항공기로만 갈 때보다 시앤드에어 방식이 물류비를 10∼20% 낮출 수 있다.

최근 국내 전자·IT업체들이 시앤드에어 물량을 늘리고 있는 것은 글로벌 화물 처리실적에서 2위를 달리는 인천공항이 지리적으로 인천항과 가까운 데다 최근 위안화 강세로 중국 현지의 물류비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3자 물류’ 속속 도입

일부 기업은 물류부문을 전문 물류업체에 아웃소싱하는 ‘3자 물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3자 물류는 원자재 운반을 비롯해 도·소매업체로 완제품 전달, 창고 보관 등 각종 물류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해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최근 국토해양부와 한국무역협회는 3자 물류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컨설팅 사업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시했다. 국토부는 3자 물류 전환으로 개별 중소기업들이 10∼20%의 물류비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토부의 컨설팅 사업에 지난달 23개 업체가 신청해 2.5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 물류업계 장비개조, 경제 속도 운항

화주들의 운임료 인하 압박이 거세지면서 원가를 낮추려는 물류업체들의 대응도 본격화되고 있다.

3자 물류업계의 ‘빅3’ 중 하나인 동부익스프레스(동부그룹 계열)는 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최근 부산항에 있는 하역장비인 타워크레인 12대를 기존 경유 구동 방식에서 전기식으로 개조했다. 동부익스프레스는 육상 운송을 위한 경유 차량 4대를 액화천연가스(LNG) 엔진으로 개조하기도 했다. LNG 화물차는 연료비가 경유의 70% 수준이다.

해운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국내 양대 외항선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한국∼유럽 항로를 이용하는 화주들과 치열한 분기별 운임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사정은 녹록지 않다. 결국 해운업체들은 적극적인 원가 절감으로 운임료 압박을 버텨내고 있다. 예컨대 현대상선은 연료비를 아끼기 위해 기후와 항로, 엔진 성능을 고려한 경제속도로 운항하도록 각 선박에 지침을 내렸다.

해운업체들은 연료 구매방식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해상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싱가포르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주유를 할 수 있도록 중간 기항지를 조정하고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