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하이닉스에 취직하던날 희망을 찾았습니다”

  • 입력 2009년 3월 28일 03시 03분


사내공모 감동수기 줄이어

“펀드 반 토막, 경상수지 사상 최대 적자…이런 뉴스보다 당장 오늘 먹을 저녁상, 내일까지 막아야 할 카드 값, 하루하루 치솟는 공공요금 문제가 더 피부에 와 닿았다.”

하이닉스반도체 선행설계2팀에 근무하는 이재웅 연구원이 이 회사에 입사하기 전인 2007년 처해 있던 상황이다.

그의 고난이 시작된 것은 12년 전 고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시내버스를 운전하던 그의 아버지는 외환위기의 여파로 해고통지서를 받아들었다. 집에 돌아온 그의 아버지는 등을 돌린 채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 아버지가 버스 운전대를 놓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섯 식구는 좁은 단칸방으로 이사해야 했다.

12년 후 이 연구원의 큰형 이진웅 씨는 27일 경기 이천시 부발읍 하이닉스반도체 본사로부터 초청을 받았다. 이 씨가 쓴 수기 ‘바닥에서 발견한 희망’이 이 회사 노사불이신문화추진협의회가 주최한 위기극복 수기 공모전에서 뽑혔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실직한 뒤 가정 형편이 급속도로 나빠졌지만 이 씨는 동생들과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꿋꿋이 버텨냈다. 그러던 중 이 씨의 동생인 이 연구원이 하이닉스반도체에 취업하게 된 것이다. 매달 꼬박꼬박 월급을 받아오는 이 연구원을 보며 이 씨는 “좌절하지 않고 인내하면 언젠가는 희망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다.

지난해 하이닉스는 21%의 매출 감소, 1조9000억 원의 영업 손실을 경험하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직원의 70∼80%가 2주간 무급휴가를 다녀올 정도였다.

노사불이신문화추진협의회가 공모전을 마련한 것은 이처럼 힘든 시기에는 임직원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을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응모에는 총 26명의 직원 및 가족들이 참여했으며 총 3편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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