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간…” 조선 빅3도 비상경영 선언

  • 입력 2009년 3월 30일 03시 05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 3’ 조선업체들이 비상경영에 나서고 있다. 올 들어 수주 실적이 한 척에 그치는 등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업체들은 중소형 조선업체보다 수주잔량에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음에도 조직 슬림화와 회사채 발행, 사업 다각화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조직·원가 슬림화로 위기 돌파

대우조선해양은 ‘1부문, 1총괄, 10본부, 44담당, 172팀, 410파트’로 구성된 방대한 업무조직을 ‘1소장, 4부문, 2실, 34팀’으로 슬림화하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방안을 29일 발표했다. 기존 조직 간 업무중복을 없애고, 여러 팀을 하나로 합치는 ‘대(大)팀제’를 도입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최대 6단계에 이르던 결재 절차를 3단계로 줄이고, 현장 실무자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현장 중심의 신속한 의사결정구조를 만들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 혁신을 단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이저 조선업체들은 조직 슬림화에 그치지 않고,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원가절감에도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자원을 30% 절약하고 효율은 30% 늘리자는 ‘3030 운동’을 추진하면서 매월 팀별로 추진 결과를 보고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5월부터 ‘물자절약 20% 운동’에 이어 올해 6254억 원의 구체적인 원가절감 목표액을 정하고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회사채 발행으로 ‘실탄’ 확보

세계시장 호황으로 2002년 이후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지속해 온 메이저 업체들은 최근 발주사의 납기 지연과 수주 취소로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자 속속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7000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발행한 데 이어 이달 24일 70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대우조선해양도 다음 달 1일 5000억 원대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역시 최근 현금자산이 평소 4조 원에서 1조 원대로 급감하면서 회사채를 발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 반납도 잇따르고 있다.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최근 “조선업계의 위기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임금을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삼호중공업도 3월 급여부터 임원들이 직급에 따라 임금의 30∼100%를 반납하기로 했다. STX조선해양도 임원들이 급여의 10∼20%를 반납했다.

○비(非)조선 부문으로 사업 다각화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도 나온다.

STX조선해양은 선박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황을 덜 타는 ‘해양 플랜트’ 부문을 강화할 목적으로 최근 사명(社名)을 STX조선에서 ‘STX조선해양’으로 바꿨다. 해상 시추장비인 드릴십과 초대형 원유저장설비(FSU), 액화천연가스 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LNG FPSO)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일부 대형업체들은 비(非)조선 부문에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진출을 위해 전북 군산시에 국내 최대 규모의 풍력발전설비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삼성중공업도 풍력발전기 시장 진출을 위한 전담 추진팀을 만들어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풍력발전은 대체에너지 가운데 수익성이 높은 데다, 대형 조선업체들은 핵심 사업영역인 해양 플랜트 부문의 기술력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이점을 갖고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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