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친환경 하수시설 경기 ‘수지 레스피아’ 오늘 개장

  • 입력 2009년 3월 31일 02시 53분


정화시설 지하로… 땅위엔 웰빙 공원

미생물로 오염물질 제거

악취는 자외선으로 없애

인근 하천에는 용수 공급

건천화 막고 생태계 보호

악취가 진동할 줄 알았던 하수처리장에 나무와 꽃이 가득하다면….

26일 찾은 경기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하수처리장 ‘수지 레스피아’는 사방이 녹지대로 둘러싸여 공원을 연상케 했다. 모든 하수 처리설비는 지하에 매설돼 있었고, 지상 12만3267m²(약 3만7200평)에는 공원과 분수대, 축구장, 스케이트장 등 각종 여가시설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한국은 강수량이 넉넉한 편이지만 최근 경남도와 부산시가 물 분쟁을 벌이는 등 비효율적인 수자원 관리로 ‘물 부족’ 국가가 된 지 오래다. 31일 개장에 앞서 첨단 친환경 수(水)처리 시설의 모범으로 꼽히는 수지 레스피아를 국내 언론에선 처음으로 둘러봤다.

○ 지하 매설로 악취 걱정 없어

수지 레스피아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용인시의 위탁을 받아 설계와 시공, 운영을 총괄하는 수익형 민자사업(BTO)으로 나머지 14개 하수처리장을 포함하면 총 6000억 원이 투입돼 단일 BTO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물 산업의 시장규모는 지난해 2872억 달러로 내년에는 3181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에선 삼성엔지니어링과 두산중공업, GS건설, 코오롱 등이 수처리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레스피아를 비롯해 용인시에 있는 전체(15개) 하수처리장의 운영을 향후 20년간 맡기로 했다.

수지 레스피아의 시설 대부분이 공사를 마친 가운데 공원 중앙은 내년 6월 완공될 102m짜리 조망타워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지역 ‘랜드마크’로 꾸며질 타워 중앙에는 지하 하수처리장과 연결되는 탈취관로가 설치돼 걸러진 악취를 공중에서 분산시킬 예정이다.

박성기 현장운영소장은 “악취 대부분은 자외선으로 제거되며 희석된 공기는 100여 m 상공에서 배기시켜 주민들이 악취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 정수부터 배수까지 ‘친환경’ 처리

관리동 계단으로 내려가자 3만9400m²(약 1만2000평) 규모의 방대한 지하 하수처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복층인 하수처리장 지하 1층에는 하수관과 연결된 대형 회전망 장비가 5∼20mm 크기의 찌꺼기를 1차로 걸러내기 위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회전망을 통과한 하수는 지하 2층에 있는 유압펌프장으로 향한다. 유압펌프장은 강한 압력의 공기를 분사해 걸러진 찌꺼기를 집하장으로 보낸다.

유압펌프장에서 나온 하수는 5개의 첨단 정화조에서 본격적인 정수과정을 거친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자체 개발한 정화조에는 미생물을 투입해 각종 오염물질을 잡아먹도록 하는 ‘생물학적 고도처리’ 방식이 적용됐다. 인위적으로 배를 굶긴 미생물이 질소와 인까지 빨아들인다.

정화조를 거친 하수를 직접 떠보니 비교적 맑았다. 수질 측정기 눈금은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1.9ppm을 가리켰다. 하수처리 이전 수질인 BOD 230∼270ppm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다.

용인 레스피아의 하루 수처리 능력은 약 11만 t. 이 가운데 약 6만 t은 건천(乾川)화 방지를 위해 펌프로 인근의 탄천과 성복천으로 유입된다. 국내 하천은 대부분 장마철을 제외하면 수량이 크게 줄어 수질이 악화되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박 소장은 “용인 레스피아는 하천에 일정량의 용수를 지속적으로 공급해 생태계를 보호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용인=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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