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경상수지란 뭐고 경제에 어떤 영향 주나요

  • 입력 2009년 4월 1일 02시 59분


[Q] 한국의 2월 경상수지가 36억 달러 흑자로 돌아섰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경상수지란 무엇이고,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국가간에 재화 - 서비스 팔고산 금액의 차이

흑자 너무 오래되면 돈 많이 풀려 부작용

단기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 바람직

교역상대국과 마찰 생길 수 있으므로

장기적으로는 균형 유지하는 게 좋아



우리가 용돈의 입출금을 기록하거나 가정에서 가계부를 적는 것과 같이 나라도 외국과의 거래를 정리해 기록합니다. 일정 기간 한 나라가 외국과 주고받은 모든 국제거래를 종합해 기록한 것이 국제수지이고 이 내용을 기록한 표를 국제수지표라고 부릅니다. 다시 말해 국제수지표는 우리나라와 외국의 거래 장부라 할 수 있습니다.

국제수지는 크게 재화와 서비스를 사고파는 거래를 뜻하는 경상거래와 자본이 이동하는 자본거래로 나뉩니다. 국제거래로 국내로 들어온 외화가 나라 밖으로 나간 외화보다 많으면 흑자, 반대면 적자가 됩니다. 신문 기사나 일반인들이 흔히 얘기하는 국제수지는 주로 경상수지를 의미합니다. 경상수지는 나라 경제의 기초가 되는 실물 부문에서 이뤄진 국제거래이기 때문에 국민소득, 생산, 고용 등 나라 경제 전체의 거시지표들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국제수지 흑자는 경상수지 흑자, 국제수지 적자는 경상수지 적자와 같은 뜻으로도 쓰입니다.

그러면 경상수지 흑자는 항상 좋은 것일까요. 경상수지가 흑자가 되면 수출이 수입보다 많아 외화가 국내에 들어오기 때문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한국처럼 경제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나라는 국민소득 증가와 고용안정을 위해 어느 정도 경상수지 흑자가 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경제학자들은 말합니다. 하지만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크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닙니다. 경기가 좋을 때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면 수입보다 수출이 많은 결과이므로 총수요가 늘어나고 국민소득이 증가하게 됩니다. 또한 외화자산이 늘어나 외채 상환도 가능하죠. 그러나 해외 투자나 외채 상환 등에 사용하고 남은 외화는 결국 국내에서 사용되는 원화로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게 돼 부작용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장기간 지속되면 통화량 증가와 경기 과열을 불러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일어납니다. 또 국제 간 거래에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한 나라가 계속 경상수지 흑자를 내면 적자가 발생하는 교역 상대국으로부터 많은 불만을 사게 돼 무역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은 단기적으로는 국제수지 흑자가 좋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체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합니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냈다는 건 우리가 해외에 물건을 팔아서 벌어들이는 돈보다 외국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나간 돈이 많다는 뜻입니다. 즉 우리나라의 소비자 등이 국내에서 만든 물건보다 외국 기업이 만든 물건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이므로 결국 국내 생산 활동이 위축되고 경기는 나빠지게 됩니다. 당연히 실업자가 늘고 국민의 생활 수준도 낮아집니다.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지면 외국에서 돈을 빌려와 메울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 발전을 위해 외국에 어느 정도 빚을 질 수는 있지만 외채가 지나치게 늘어나면 국가의 신용에 문제가 생기고 국제 금융시장에서도 불이익을 당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말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상품 및 서비스 무역에서 수출금액보다 수입금액이 커서 매년 경상수지 적자를 냈습니다. 외국 사람들이 한국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 것보다 우리가 외국 상품과 서비스를 더 많이 사용한 것이죠.

1998년 이후 한국의 수출이 늘어나 경상수지는 흑자를 이어왔지만 10년 만인 지난해 다시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유가 및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제 금융시장 불안 속에서 한국의 외환시장이 유독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경상수지 악화의 영향이 큽니다. 외화가 국내로 적게 들어오기 때문에 시중에 달러가 부족해진 것이지요. 달러가 부족하면 달러 값(달러당 원화 환율)은 오르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2월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섰다는 건 분명 반가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흑자는 수출입이 동시에 위축된 가운데 수출이 수입보다 덜 줄어 나타난 ‘불황형 흑자’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쪼록 세계 경제가 빨리 정상화되고 한국의 수출과 수입이 모두 활발히 이뤄져 우리 경제가 생기를 되찾기를 기대해 봅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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