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상승 예측
관련펀드 대박 노려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자금력이 있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사냥’에 나설 태세다. 지난달 30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들은 원자재 관련 지수를 투자의 저점을 확인할 주요 지표로 보고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 이들이 예상하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내놓은 천문학적 규모의 경기부양 자금이 가져올 리플레이션(reflation). 통화가 위축되는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재정, 금융 확대정책을 폈을 때 나타나는 일종의 인플레이션 현상이다.
인프라 및 건설 분야의 투자는 원자재의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로 원자재 값이 오른다는 논리다. 실제 구리와 아연 등을 포함한 국제 원자재 가격은 3월 평균 19% 상승했고, 유가도 2월 12일 저점을 찍은 이후 54% 올랐다. 뉴욕 스미스바니은행에서 투자자문으로 일하는 션 루빈 씨도 최근 천연자원 관련 주식으로 투자자들의 자금을 일부 옮겼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최근 물가연동채권(TIPS) 움직임에도 반영되고 있다. TIPS는 수익률이 물가에 연동된 채권이라 인플레이션 시기에 인기가 높아지는 것이 특징. 미국의 5년 만기 TIPS는 2월 0.5% 하락했지만 3월 들어서는 1.35% 반등했다.
헤지펀드 운영업체 제브라캐피털의 로저 이벗선 회장은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이 이뤄지다 보면 인플레이션이 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침체 회복이 최소 2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는 것과 향후 인플레이션을 예상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제로 상태까지 내리고 금융시장에 2조 달러에 가까운 돈을 쏟아 붓고 있는 만큼 그 결과가 머지않아 나타난다는 예상이다. 7870억 달러에 이르는 미 정부의 경기부양 자금도 속속 집행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다른 주요국들도 비슷한 조치를 한 만큼 그 효과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중국의 경기부양안은 급격한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5860억 달러의 자금 중 75%를 지진 피해지역을 포함한 자국 인프라 재건축에 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아직 디플레이션 상태에 머물고 있고 올해 1분기(1∼3월)에만 경제성장률은 5%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증시가 20% 가까이 오르는 반짝 상승세가 연출되기도 했지만 대다수 증시 전문가들은 내년 상황이 더 안 좋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천연자원 담당인 마크 리나마 씨는 “실수요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거래가 수익 상승세를 뒷받침할 바탕 없이 자체적으로 너무 앞서 나가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