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은 신중하게, 행동은 과감하게.’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말인데 이는 최근 부자들의 행동을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2007년 중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발생하면서 지금껏 국내외 금융시장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재의 자산가들은 대부분 1998년 외환위기를 경험한 적이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었음을 이미 경험한 자산가들은 지금의 금융위기 속에서 남들보다 한 발 먼저 기회를 잡기 위해 넘치는 정보 가운데 진짜 진주를 찾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외환위기 당시는 여러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다른 점도 많아 투자를 섣불리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금융시장은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과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물론 제한된 정보 속에서 진실을 알기가 어렵기 때문에 과민한 반응은 당연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성장과 하락의 부침을 계속 반복할 수밖에 없는 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면 그간의 시장상황은 혼란스러운 투자자들의 심리를 반영해 과도하게 하락한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최근 주식시장은 미국에서 들려오는 반등의 징조와 중국의 내수부양책 덕분에 중국본토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많은 투자자들이 2007년 펀드 열풍에 휩싸여 ‘묻지마 투자’를 감행했다가 손해를 입은 상태다. 자산가들은 중국본토에 투자하는 펀드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상품의 장점만 보지 않고 최악의 결과를 미리 점검해 본 후 가입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얼마 전 홍콩에서 열렸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세미나는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는 후문도 있다. 국내기업들이 위기에 대해 비교적 리스크 관리를 잘해가고 있어 현재의 침체기를 벗어나면 글로벌 선도기업으로서 장래성과가 좋을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최근 일정가격대 이하로 지수가 하락하면 개인들의 주식시장 참여가 높아지는 것도 이러한 기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드러난 소재는 이미 정보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시장의 흐름을 통해 맥을 찾아 과감히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에 대한 자산가들의 관심도 꾸준하다. 길게 볼 필요도 없이 5년 전과 비교해 보면 부동산시장은 규제가 거의 다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다주택 보유자(1가구 2주택 이상 보유자)들은 세제상의 중과 규정이 철폐되어 부동산 투자가 용이한 상태다.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규정이 없어지면서 최근 시장에는 매물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5월 말까지 정리를 해야 보유세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매거래가 늘어난 이유 중 하나다.
최근 부동산시장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강남 3구의 투기지역 해제다. 일부에서는 투기지역 해제를 기정사실인 양 떠들어서 부동산 매수 대기자들을 부추기고 있지만 부자들은 정중동(靜中動)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가 적정 가격대에 매물이 나오면 일부 대출을 받더라도 과감히 부동산을 매입하고 있다. 자식들 명의로 구입하되 증여나 대출을 병행해 나중의 분쟁요소를 철저히 없애고 있다. 증여세제의 변경이나 투기지역 해제 같은 정책적 요소는 본인이 할 수 없는 범위인 만큼 이러한 것들을 배제하고 본인의 적정 투자 범위 내에서 마음에 드는 매물이 있으면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박동규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골드센터 PB팀장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