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환율영향 “착시”중론…경기회복 신호탄 해석 일러

  • 입력 2009년 4월 2일 02시 57분


■ 3월 무역흑자 사상최대

일부 경제 관련 지표가 호전됐다는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3월 무역수지 흑자는 사상최고치를 기록했고,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크게 호전됐으며, D램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경기가 바닥을 친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경기의 봄’은 아직 멀었다는 것이 대다수 기업인과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원화 약세, 통계착시, 글로벌 감산(減産) 등의 효과가 한데 어울려 ‘반짝 상승세’를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은 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옥에서 열린 삼성 사장단협의회에서 “1분기(1∼3월) 실적이 예상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2분기(4∼6월)로 이어질지, 아닐지는 알 수 없다”면서 “(지표 호전에 대해) 일희일비(一喜一悲)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지적은 현재의 경기 상황에 대한 국내 대표 최고경영자(CEO)의 시각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표가 호전되는 것이 반갑기는 하지만 낙관론을 펼치기엔 아직 이르다는 뜻이다.

실제로 ‘호전된’ 지표들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3월 무역수지 흑자(46억1000만 달러·약 6조3157억 원)가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은 원화 약세와 원유가격 하락으로 수입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게 컸다. 수출 역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환율상승(원화가치 하락) 덕분에 일시적으로 수출경쟁력이 강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연구원이 조사한 제조업 경기전망 BSI가 1분기(1∼3월) 61에서 2분기(4∼6월) 95로 급등한 것도 마찬가지다. BSI가 기준치인 100보다 낮으면 향후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향후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여전히 더 많다.

LCD와 D램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뉴스에 대해서도 전자업계에선 신중론이 우세하다. 수요 증가가 아니라 공급 감소에 따른 가격 반등의 성격이 크기 때문이다. 공급 감소는 지난해 진행된 업계의 감산 효과가 이제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 착시에 유의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2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광공업과 서비스업 생산 등이 전달보다 늘어난 것은 전달이 워낙 나빴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마트 매출이 1, 2월에 크게 늘어난 것은 엔고에 따른 일본인 관광객의 소비 급증과 대규모 할인행사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동근 지경부 무역투자실장은 “정부 경제부처에 경기가 1월에 저점을 찍었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현재 상태를 경기 회복 국면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바닥에서 조금 상승해 수평으로 지나고 있는 ‘L’자 형국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