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기업 13곳 퇴출 46곳도 상장폐지 위기

  • 입력 2009년 4월 2일 02시 57분


회사이름 자주 바꾸고 유명인 내세워 홍보

실적없는 테마주 된서리

4만원대 팬텀엔터그룹 3년여 만에 325원으로

팬텀엔터그룹은 한때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황제주’였다. 2005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인수합병(M&A)과 우회상장 바람이 불면서 당시 이병헌 이정재 강호동 등 인기 연예인의 소속사들이 줄줄이 팬텀과 합병했다. 2005년 한 해 동안 주가가 3736%나 올라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주가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증권사들이 앞 다퉈 ‘주목해야 할 엔터테인먼트 업체’ 등의 제목으로 보고서를 낸 것도 이때였다.

그러나 이 회사의 2005년 순이익은 적자로 주가 상승을 뒷받침할 ‘실체’가 부족했다. 2006년 6월에는 37억5000만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임창정 김제동 등 소속 연예인들이 증자에 참여한다고 공시했지만, 결국 연예인은 한 명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전 경영진의 횡령혐의 등이 이어지면서 2005년 10월 26일 4만425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현재 325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팬텀은 회계법인이 감사의견을 거절해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해 있다.

○ 대박주에서 쪽박주로

증시에서 대거 쫓겨날 위기에 빠진 기업들은 ‘엔터테인먼트’ ‘자원개발’ 등 각종 테마를 내세우며 코스닥시장을 뒤흔들었던 테마주들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12월 결산법인 997곳 가운데 13곳이 자본잠식 등의 이유로 상장폐지가 결정됐고, 46곳은 상장폐지 우려기업으로 분류됐다. 이 기업 가운데에는 사업능력 없이 테마에 편승했거나, 유명인을 앞세워 반짝 인기몰이에 나섰던 곳이 적지 않다.

‘상장폐지 사유발생’ 기업으로 분류된 팬텀은 회사 측의 이의신청과 거래소 상장위원회의 심의절차를 거쳐 퇴출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자원개발 테마주로 인기를 끌었던 ‘포넷’은 자본금 전액이 잠식돼 증시에서 쫓겨나게 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자원중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러시아 업체로부터 가스를 구입해 홍콩 소재 기업에 전달한다는 그럴듯한 사업모델이었다. 그러나 공시 이후 해당 사업과 관련된 매출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고, 올해 1월 갑작스럽게 “계약이 철회됐다”고 공시했다.

또 다른 자원개발 테마주인 지이엔에프(구 헬리아텍)도 한때 코스닥시장 대박주로 통했다. 2006년 파푸아뉴기니의 가스전을 개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는 2006년 말 3000원대에서 2007년 초 3만7000원대까지 폭등했다. 그러나 주가가 연일 신고가를 갈아 치울 때에도 파푸아뉴기니 가스전 사업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만 공시됐을 뿐, 정확한 사업 규모나 경제성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파푸아뉴기니 사업이 고전하면서 주가는 100원대로 추락했다.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지이엔에프를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현재 증시에서 퇴출될 위기에 몰려있다.

‘뉴켐진스템셀’은 최근 1년간 사명(社名)을 세 번 바꿨다. 바이오 관련 사업에 진출하고자 지난달 온누리에어에서 뉴켐진스템셀로 문패를 바꿔달았다. 부진한 매출로 고전하던 이 회사는 지난해 양계사업에 진출해 4분기 실적을 끌어올렸지만 매출 부풀리기 의혹으로 상장폐지 실질심사 종목으로 지정됐다. 이후 기업 이미지를 바꿔보려고 2월 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약 관련 사업을 사업목적에 포함시켰지만 결국 퇴출 직전에 내몰렸다.

○ 테마주 투자 이전에 ‘실적’ 살펴야

증시가 활황장이던 2006년과 2007년에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된 기업은 각각 6곳이었다. 정미영 코스닥시장본부 공시총괄팀장은 “최근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재무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상장폐지된 기업들이 늘어났다”며 “거래소에서 상장폐지 조건을 강화한 것도 퇴출 위기에 처한 기업이 늘어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상장폐지가 결정된 종목들은 2일부터 7일간 마지막 정리매매 기간이 주어진다. 이 기간에는 30분에 한 번 매매 가격이 결정된다. 정리매매 기간이 지나면 거래소에서 매매가 안 된다. 장외시장을 통한 거래가 가능하지만 수요가 적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현대증권 박종선 팀장은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이나 정부 정책이 등장하면 주식시장에는 테마주가 나타난다”며 “투자자들이 제대로 된 종목을 고르려면 신규사업이 클 때까지 뒷받침해줄 만한 수익원이 있는지,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이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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