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노벨 경제학상이 제정된 이후 61명의 수상자가 탄생했다. 이 중에서 미국인이 46명, 영국인이 6명으로 85%의 압도적인 수를 자랑한다. 이렇게 쟁쟁한 경제이론가를 양산한 미국과 영국이 자본주의의 종말론이 운운될 정도로 글로벌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은 것은 정말 아이러니다.
이처럼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1998년 세계를 금융위기의 공포로 빠뜨린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의 파산도 바로 그 전해 옵션의 가격 결정 모델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던 마이런 숄스와 로버트 머튼이 사건의 장본인이다. 한때 단위 면적당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제일 많은 회사였던 LTCM의 몰락은 그야말로 노벨 경제학상의 블랙 코미디였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크루그먼 교수도 10여 년 전 아시아의 성장은 허상이라고 주장해 아시아 외환위기에 이론적 정당성을 부여한 인물이다. 그의 이론대로라면 지난 20년간 미국 경제가 금융산업에 의존해 누린 호황이야말로 허상이다.
추가경정예산에 대해 말도 많고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대해 논란이 있다. 쾌도난마처럼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항생제’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특효약도 없거니와 현실의 경제는 그렇지 않다. 또 그렇게 처방할 수 없는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정책의 효과는 항상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6개월 내지 1년 정도 후에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수시로 중간 점검을 하면서 처방의 강도를 높이거나 줄여야 한다. 또 하나 다른 이유는 이번 금융위기 상황은 글로벌 위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만 열심히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당연히 미국과 중국, 기타 주요 선진국들의 경기회복 상황을 보면서 시의 적절한 정책을 펴야 한다.
최근 미국에서도 ‘경기 바닥론’이 등장하고 있다. 2월 내구재 판매와 주택 매매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도 저점 대비 20% 정도 상승했다. 여전히 험난한 회복 과정이 남아 있지만 정부의 각종 대책도 진행 중이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부실자산 정리와 구조조정이 칵테일 요법으로 동시에 투입되고 있다. 당장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분명 효과가 나온다. 기다림을 배우자.
이 상 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