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작지만 큰 고민’ 현대아산

  • 입력 2009년 4월 4일 02시 55분


대북사업 꼬이자 한숨

“그룹 매출의 3%지만

그룹 이미지의 97%”

‘그룹 매출의 3%(평균)지만 그룹 이미지의 97%.’

현대그룹 관계자들은 계열사인 현대아산의 특징을 이렇게 요약한다. 연간 2000억 원대인 현대아산의 그룹 내 경제적 비중은 작지만 금강산관광 개성관광 같은 대북사업은 현대를 대표하는 상징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강산관광객 총격 사망 사건, 북한의 일방적 개성관광 중단 등에 이어 최근 개성공단의 현대아산 직원 억류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현대아산과 현대그룹의 고민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대북사업 재개의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대의 한 임원은 “현대그룹은 지난해 세계적 경기 침체 속에서도 전년 대비 매출은 36%, 영업이익은 13% 늘어나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다. 그러나 얼어붙은 대북사업 때문에 분위기는 좋을 수 없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현대아산의 매출은 2290억 원으로 그룹 전체(12조6390억 원)의 1.8%에 불과했지만 그만큼 그룹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위기의 현대아산에 구원투수 격으로 영입된 통일부 차관 출신의 조건식 사장은 남북한을 오가며 금강산관광 재개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지만 호응의 메아리를 얻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조 사장은 2월 현대아산 창립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늦어도 4월까지 금강산관광이 재개되지 않으면 (회사가) 생존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4월이 돼서도 남북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지난해 7월 금강산관광 중단 이후 매출 손실이 약 1000억 원에 이르고 있다고 현대아산 측은 전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이 리스크가 너무 큰 대북사업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검토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현대그룹 측은 3일 “‘대북사업의 선도자’라는 자부심은 현대그룹의 큰 자산 중 하나”라며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대북사업의) 선구자적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이훈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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