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銀, 정부보증 채권 10억달러 발행 성공

  • 입력 2009년 4월 4일 02시 55분


민간은행으로는 처음… 외국투자가 몰려 물량 2배로

다른 은행 발행에도 탄력… 외화자금난 해소 신호탄

꽁꽁 얼어붙었던 외화자금 시장에 ‘봄소식’이 오는 것일까. 국내 은행의 외화 사정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3일 국내 민간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아 3년 만기 10억 달러의 해외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비록 정부 지급보증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지만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시중은행이 해외채권을 발행해 달러를 조달한 것은 호주, 뉴질랜드를 제외한 아시아 국가 가운데 처음이다.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과 다른 시중은행들의 외화채권 발행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 정부 지급보증에 글로벌 투자자 몰려

하나은행이 발행한 채권의 금리는 ‘리보(런던은행 간 거래금리)+4.90%’. 올해 초 각각 20억 달러 규모로 채권을 발행한 한국산업은행(리보+6.15%)과 수출입은행(리보+6.25%)보다 1%포인트 이상 낮다. 산은의 조건과 단순 비교한다면 하나은행은 연간 1000만 달러(134억 원)의 이자부담을 줄인 셈이다.

하나은행은 당초 채권 금리가 ‘리보+5.00∼5.25%’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투자자가 몰리면서 금리가 떨어졌다. 전 세계 275개 기관투자가가 60억 달러나 청약을 하자 5억 달러로 계획했던 발행 물량도 두 배로 늘렸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이틀간 홍콩, 싱가포르, 런던, 뉴욕 등에서 하나대투증권, 바클레이스, 씨티, 크레디트스위스, 골드만삭스, HSBC, ING 등 7개 공동 주간사회사가 로드쇼를 열었다”며 “한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기관투자가가 늘고 있음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 자금시장 해빙 모드, 추가 조달 이어질 듯

정부는 지난해 10월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1000억 달러 규모의 외채 지급보증을 해주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이를 이용한 은행은 없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왜 은행들이 지급보증을 쓰지 않느냐”고 질타했을 정도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임원은 “안 했다기보다는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 투자기관들이 한국의 시중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은 아예 외면하거나 수요가 있더라도 ‘리보+6%’ 이상의 고금리를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이번 하나은행의 해외채권 발행 성공으로 다른 시중은행의 채권 발행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이미 해외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박동영 우리은행 자금부 수석부장은 “상반기에 10억 달러 규모의 중장기물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의 외평채 발행에도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정부는 주간사회사 선정을 마치고 10억 달러 이상의 외평채 발행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외평채가 발행되면 2006년 11월 30일 이후 2년 반 만에 정부의 직접 외화조달이 이뤄진다. 외화유동성 사정이 풀리면서 한국의 국가신용도도 높아지고 있다. 국채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5년물 가산금리는 3월 초 4.49%에서 2일 현재 2.98%로 떨어졌다. 3월 초 달러당 1570원대까지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도 3일 1340.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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