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씨티그룹, AIG 등 미국 금융주의 가격은 정부정책과 시장의 기대심리에 따라 하루에도 수십 %씩 급등락한다. 지난달 중순 AIG는 하루 만에 주가가 0.50달러에서 0.83달러로 66% 뛰었다. 씨티그룹도 지난달 하루 만에 1.05달러에서 1.45달러로 약 38% 오른 적이 있다. 미국 증시는 국내와 달리 상승폭과 하락폭의 제한이 없어 투자 타이밍만 잘 잡으면 하루에 ‘대박’을 터뜨릴 수 있지만 역으로 큰 손해도 볼 수 있는 구조다. 순식간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투자환경인 것이다.
현재 해외주식 투자는 주로 굿모닝신한증권과 리딩투자증권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데 올 해 초 굿모닝신한증권을 통한 씨티그룹 주식 매수량은 하루평균 1만 주 정도였다. 당시 미국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주가가 7달러 선으로 올랐지만, 다시 2달러대로 내려앉으면서 씨티그룹 매수량은 이달 2일 5만5000주로 5배 이상 늘었다.
AIG 매수량도 올해 초 2만4000주에서 이달 2일 6만 주로 늘었다. 정부가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어 파산 우려까지 있는 GM 투자규모도 올해 초에는 하루평균 몇 천 주에 그쳤지만 이달 1일 2만 주, 2일 1만3000주로 늘었다. 시장이 불안할수록 과감한 베팅을 하는 투자자가 많은 셈이다.
굿모닝신한증권 해외주식팀 유진관 과장은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 투자자들은 주가가 떨어지는 기회를 노려 매수했다가 30% 정도 차익을 얻으면 팔아버린다”며 “잘 안 알려진 금융주에 베팅하는 투자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투자기간은 길어야 2, 3주로 장기투자와는 거리가 멀다. 굿모닝신한증권에 개설된 미국주식 계좌 수는 지난해 초 8800개에서 현재 1만2800개로 늘어났다.
리딩투자증권의 경우 일일 거래량 상위 종목에 씨티그룹, AIG와 함께 금융주 상장지수펀드(ETF)인 ‘파이낸셜 불 3X(FAS)’가 있다. FAS는 글로벌 금융주 지수의 움직임을 3배로 추종해 지수가 10% 오르면 30%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지수가 떨어지면 손해도 그만큼 크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