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의 이유는 단순하다. 첫째, 미국의 주택지표가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기대감이다. 둘째, 미국 은행들의 상황이 급속히 나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지방은행은 구제금융 반환에 나섰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은행 등은 1, 2월에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셋째, 전 세계적인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유동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요인들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 시장에도 비슷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공자금 투입으로 급한 불은 껐다.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투기도 필요하다는 인식까지 보태져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고 있다. 더구나 기업들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재고를 늘리면서 산업 생산이 증가했고, 기업의 실적도 예상보다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거기에 경상수지 흑자와 환율 안정은 달리는 말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되었다. 그 결과 머니마켓펀드(MMF)로 몰렸던 부동자금들이 주식시장의 고객예탁금으로 몰려들고, 심지어 1997년 초반 거품이 터지기 직전에 나타났던 머니 무브(은행예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가 나타난다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한데 이런 호재성 소식들을 잘 살펴보면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미국의 은행의 경우 자산구조화회사의 부실과 무보증 모기지(주택담보대출)의 부실 문제들이 똬리를 틀고 있고, 은행의 이익 역시 조달금리가 제로(0)에 가깝기 때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한국 기업의 실적 역시 그렇다. 수출기업들은 비정상적인 환율 혜택을 입었고, 운전자본은 대폭 증가했다. 부채비율이 늘고 현금흐름은 감소하고 매출채권(외상매출)은 급증했다. 하지만 그에 비해 한계기업의 퇴출이나 설비조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안도할 시점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자산시장은 빠르게 흥분하고 있다. 이유는 돈이 많이 풀린 데 대한 기대, 즉 ‘유동성장세’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실물 회복 없는 유동성장세는 ‘새로운 거품’에 대한 기대와 다를 바 없다. 우리가 역사적으로 경험했듯 거품의 결과는 치명적이다. 결국 최근 장세는 유동성 기대에 의한 자산시장의 선제적 상승국면으로 해석되지만 실물 경기의 회복 여부를 확인할 때까지는 여전히 경계감을 늦춰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박경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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