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와 복종, 효율성을 강조하는 조직일수록 위계질서가 강하다. 대표적인 조직으로 쉽게 군대를 떠올리겠지만 이른바 ‘왕 언니’가 존재하는 제조업 현장 여직원 집단의 위계질서도 군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아웃라이어’의 작가 맬컴 글래드웰은 1997년 한국 항공기 추락사고가 지나친 위계질서와 그로 인한 의사소통 부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다른 항공기 사고에서도 기장과 부기장 사이의 소통 부재가 문제로 지적된 바 있었다.
한 회사의 임원들이 별도의 엘리베이터와 식당을 쓰면서 가끔 만나는 직원들에게 ‘편하게 이야기 좀 해 봐’라고 해서는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일본 자동차업체가 고전하는 가운데, 유독 혼다가 1400억 엔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혼다의 경영진은 개인 사무실 없이 사장과 중역들이 한방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영진이 솔선하여 고통을 분담하고 긴축 경영하는 모습을 보며 직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한 결실을 맛본 것이다.
위계질서를 일순간에 없앤다고 만사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성숙한 직원이 없는 조직에 위계질서마저 사라지면 조직은 살아남을 수 없다. 성숙한 직원들은 개인의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고, 불만사항을 경영진에 합리적으로 제시해 해결한다. 경영 환경이 어려울수록 조직에는 책임이행과 비판의식 사이의 균형을 가진 폴로어십(followership)이 간절히 요구된다. 노조간부가 경영위기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무교섭 임금협상을 선언한 현대중공업은 휴잇어소시엇츠가 선정하는 ‘한국 최고의 직장’에 무려 4회 연속 선정된 기업이기도 하다. 성숙한 직원이 많은 직장이 진정 일하기 좋은 직장이다.
김용성 휴잇어소시엇츠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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