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놀라게 하라” 디자인 뒤집다

  • 입력 2009년 4월 10일 02시 55분


《제품의 경쟁력은 성능과 가격, 그리고 디자인에서 결정된다.

디자인이 좋은 중견·중소기업의 제품은 대기업의 아성을 거뜬히 뛰어넘기도 한다.

남다른 아이디어와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제품의 가치를 높인 ‘유망기업’ 2곳을 소개한다.》

아이리버

○ “소비자와 만나는 모든 접점 고려”

디지털 전자제품을 만드는 아이리버는 디자인 경쟁력을 갖춘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지난달 레인콤에서 사명(社名)을 브랜드 이름인 아이리버로 바꿨다.

지난달 이 회사의 전자사전 ‘딕플 D35’, MP4플레이어 ‘스핀’,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 ‘P7’, USB 메모리스틱 ‘도미노’ 등 4개 제품이 ‘2009 레드닷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특히 스핀은 이번 수상을 포함해 일본의 ‘굿 디자인 어워드’와 독일의 ‘iF 디자인 어워드’, ‘2009 CES 혁신상’ 등에서 잇따라 수상했다. USB메모리스틱인 도미노 역시 굿 디자인 어워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1999년 레인콤이라는 이름으로 자본금 3억 원에 7명의 직원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현재 본사 직원 200여 명, 중국 현지공장 직원 1000여 명을 거느린 매출액 2068억 원(2008년)의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런 성장을 이끈 원동력 가운데 하나가 디자인이다.

아이리버 측은 이런 디자인의 성과가 ‘360도 경험 디자인 전략’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소비자와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아이리버의 제품 철학과 브랜드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제품과 관련한 전 과정을 고려하는 것이 아이리버가 강조하는 360도 경험 디자인이다. 이를 위해 제품 개발 초기부터 제품 담당 디자이너와 사용자환경(UI) 담당 디자이너, 패키지 담당 디자이너가 밀접하게 교류하며 디자인한다.

디자이너가 경영에 참여해 실질적인 의미의 디자인 경영이 이뤄지는 것도 이 회사의 강점이다. 유영규 디자인총괄 이사는 탁월한 토털 디자인 역량을 바탕으로 디자이너들이 제안한 각각의 디자인을 통합 관리해 기술과 디자인을 유기적으로 융합시키고 있다.

㈜루펜리

○ “주부들의 고정관념을 넘어서라”

음식물처리기 ‘루펜’으로 알려진 ㈜루펜리는 2007년 자회사로 생활 가전 소품 전문기업인 ㈜리빙엔을 설립했다. 루펜리는 음식물처리기 전문 기업으로, 리빙엔은 가습기와 제습기 등 기타 생활 소품을 만드는 기업으로 ‘특화’하겠다는 것이 이희자 루펜리 대표(55)의 구상이었다.

2003년 10월 설립해 2004년 8억 원의 매출을 올린 루펜리는 자회사인 리빙엔의 매출을 포함해 52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생산제품의 종류가 음식물처리기, 가습기, 제습기, 바지프레스기 등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루펜리와 리빙엔의 성공에는 사용이 편리하고 효율이 높은 제품 성능도 성능이지만, 신세대 주부를 겨냥한 감각적인 디자인이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고정관념을 탈피한 독특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리빙엔의 ‘물방울 살균 가습기’는 입방체 또는 구형이 대부분이던 기존 가습기의 디자인에서 벗어나 물방울 모양으로 만들어 인기를 끌었다. 리빙엔 관계자는 “가전제품이지만 백화점 등의 인테리어 소품 매장에서 디스플레이했을 정도로 유통업계와 소비자들이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지난해 말 독일 iF디자인어워드에서 제품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이 회사의 제습기도 심장을 본뜬 독특한 모양이 눈길을 끈다.

입방체와 원을 결합한 루펜리의 음식물처리기 루펜 시리즈도 디자인으로 호응을 얻은 제품이다. 이 제품은 2007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했다. 루펜리 측은 “전자제품 조작에 어려움을 느끼는 주부들을 겨냥해 단순한 기능과 깔끔한 디자인을 채택한 것이 루펜의 성공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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