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지수 상승 두드러져
1998년 외환위기 당시 ‘1생 2우 3학’이라는 유행어가 회자됐다. 가계소득이 줄어들면 첫 번째로 생수, 두 번째로 배달해 먹는 우유, 마지막으로 자녀의 학원을 끊는다는 말로 서민들의 빠듯한 살림살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표현이었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에서는 이들 세 품목에 대한 가계 지출을 향후 경제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경기선행지표로 본다.
최근 들어 우유 판매량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자 유통업계에서는 소비 경기가 저점을 지나 ‘봄날’이 오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 2분기(4∼6월) 이후 2개 분기 연속 하락하던 이마트 우유 판매 지수가 올해 1분기(1∼3월)에는 99.0으로 96.5였던 작년 4분기(10∼12월)보다 2.5포인트 상승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지수는 이마트에서 파는 우유의 분기별 소비량을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증감 여부를 수치화한 것이다. 100보다 높으면 많이 팔린 것이고 100보다 낮으면 적게 팔린 것이다.
같은 기간 우유를 제외한 다른 식품 지수는 98.5에서 97.7로 0.8포인트 떨어져 우유 매출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올해 1∼2월 94.6이던 우유 지수는 3월 들어 108.4로 13.8포인트나 껑충 뛰었다.
우유뿐 아니라 TV, 냉장고 등 대형가전 지수도 작년 4분기 84.9에서 올 1분기 85.1로 0.2포인트 소폭 상승했다. 골프, 등산, 낚시 등 레저 관련 지수도 104.9로 집계돼 전 분기보다 8.3포인트 올랐다. 이에 따라 올해 3월 전체 이마트 지수는 95.6을 기록해 1∼2월보다 1.3포인트 상승했다. 올 1분기 이마트 지수는 94.8로 작년 2분기(99.6) 이후 3분기(7∼9월·96.0), 4분기(95.1)에 이어 연속 하락했지만 분기별 하락폭은 3.6포인트, 0.9포인트, 0.3포인트로 점차 둔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장중호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 소장은 “본격적인 경기회복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무리지만 지수 하락세가 진정되고 있어 소비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