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체, 카멜레온 마케팅

  • 입력 2009년 4월 10일 02시 55분


직장인 많아… 회의+식사 공간 마련

가족이 찾아… 생일 기념사진 전시

젊음의 거리… 오전 2시까지 영업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베니건스&마켓오 코엑스점은 지난달부터 음식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이 바빠 찾아오지 못하는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최요한 지점장이 고안해낸 서비스다. 최 지점장은 “코엑스점만 3년간 운영하다 보니 노하우가 생겨 본사에 직접 건의했다”며 “다행히 반응이 좋아 본사에서도 적극 지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외식업체 지점들이 본사 지침에 따른 획일화된 마케팅에서 벗어나고 있다. 지역 고객 특성에 맞춘 점포별 이색 전략으로 불황 속 생존에 나선 것. 특히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지점장들이 직접 본사 마케팅 회의에 참석해 아이디어를 내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회의도 회식도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코엑스점처럼 직장인 인구가 많은 지역에선 회식 고객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올 2월부터 6인 이상 단체손님에게 맥주를 무료로 제공 중인 베니건스 광화문점은 인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회식 장소로 입소문이 났다. 베니건스 이솔잎 홍보대리는 “퇴근 후 맥주를 마시러 오는 손님이 테이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서비스 한 달 만에 매출이 5% 늘었다”고 귀띔했다.

방문 고객의 70∼80%가 직장인인 매드포갈릭 강남점과 마포점은 빔 프로젝터와 스크린이 준비된 회의실을 마련했다. 5명부터 20명 이상까지 들어갈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회의실에서 회의와 식사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한 것. 매드포갈릭 강남점 측은 “인근에 보험회사와 금융회사가 많다 보니 특히 월 말, 월 초마다 세미나나 브리핑을 위한 공간을 찾는 단체손님이 많다”고 설명했다.

○지역별 세대 공략 마케팅

가족단위 고객이 많은 지역에선 어린이와 노년층을 VIP로 모시는 전략이 통한다. 빕스는 경기 안산홈플러스점 등 9개 매장에서 어린이 전용 이벤트를 진행한 뒤 재방문율이 10% 늘었다. 어린이 고객에게 방문 횟수에 따라 선물과 할인 혜택을 제공했기 때문.

주택가에 위치한 한국 피자헛 분당 정자역점은 입구부터 매장 내 파티룸에서 찍은 생일 기념사진으로 빼곡하다. 분당 정자역점 오주연 점장은 “1인 당 1만 원에 파티를 열 수 있어 초등학생 학부모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라며 “예약은 2주 전부터 꽉 찬다”고 전했다. 씨푸드오션은 65세 이상 고객 비중이 높은 서울 대림점 등 3개 지점에서 ‘실버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방문하는 고객에겐 식사 금액을 절반으로 할인해주고 3대가 함께 찍은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식사권을 준다.

‘젊음의 거리’에선 연장영업이 톡톡한 효과를 보는 중.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는 주말 저녁이면 유동 인구로 북적이는 이태원점의 특성을 고려해 오후 10시 반이던 폐점 시간을 오전 2시로 연장했다. 영업 연장 이후 하루 평균 매출은 10%가량 늘었다. 강봉석 이태원점주는 “새벽까지 쇼핑 및 문화를 즐기는 젊은 올빼미족이 많이 찾는다”며 “서울 외곽에서 일부러 밤늦게 찾아오는 손님들도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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