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단기조정 예상” 주장
1분기 실적 발표가 변수
최근 코스피가 단기간에 1,300 선까지 급등하면서 국내증시 고평가 논란이 일고 있다. 주가가 고평가됐다면 지금 이어지는 상승세도 한풀 꺾일 수밖에 없다. 9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3.07배로 2002년(9.27배) 2003년(10.21배) 2004년(7.00배) 2005년(11.21배) 등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PER는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PER가 낮으면 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아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반대로 PER가 높으면 이익에 비해 주가가 높아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의 PER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3.89배에서 현재 34.79배로, 현대차도 같은 기간 7.78배에서 12.22배로 높아졌다. 현 시점의 PER는 앞으로의 예상 순이익을 기준으로 하므로, 각 증권사의 실적 추정치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코스피 1,280 선 기준 PER는 12.9배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부담이 커졌다”며 “앞으로 주가는 상승보다는 단기조정에 무게를 둘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도 “국내 증시의 PER는 중국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며 “주식 자체의 투자매력이 떨어지고 있어 추가 상승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주가가 오른 것은 회사채 금리가 낮아져 주식의 투자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인데, 앞으로 금리가 추가로 낮아질 가능성이 적은 만큼 주가 상승 동력도 적다는 설명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달 중순 이후 발표되는 1분기 실적이 지금의 고평가 논란에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기업 실적이 시장 예상치보다 좋게 나온다면 향후의 이익 전망도 개선돼 PER는 정상 수준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실적이 안 좋다면 주가의 단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NH투자증권 김형렬 연구원은 “현 주가수준에 대해 극단적으로 대립되는 낙관과 비관적인 태도를 지양하고 곧 시작되는 실적시즌에 관심을 높이라”고 조언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