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세금혜택 기다려 보자”…판매량 30% 급감

  • 입력 2009년 4월 11일 02시 56분


정부 지원책 확정 미적미적… 시장-소비자 혼선

내주 최종안 발표… 경차에 보조금 추진

10일 정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자동차 대리점. 사무실 밀집지역이어서 점심시간에 가장 붐빌 법한데 대리점은 텅 비어 있었다.

약 150m 떨어진 여의도동의 다른 대리점도 똑같은 상황이었다. 영업사원인 A과장은 “간혹 손님이 와도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세금 혜택이 언제부터 실시되는지만 묻고 다시 가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자동차 판매는 1, 2월에 비해 3, 4월에 판매가 늘어나지만 올해는 3월 말부터 전반적인 계약 성사율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사람조차도 막연한 기대감에 구매를 늦추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식경제부가 지난달 26일 ‘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판매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 자동차 계약 급감하는 4월

시장에서 이처럼 혼선이 빚어지는 이유는 정부가 지원 혜택, 지원 대상자 등 중요한 사항에 대해 아직 분명한 방침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소비재여서 국민의 관심이 높지만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정부 내 협의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시장의 혼선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현대자동차의 지난달 말 일평균 계약대수는 2600대로 1월 말 3700대보다 30%, 2월 말의 3000대보다는 13% 감소했다. 기아자동차도 3월 26일 이후 하루 평균 1800대가 계약돼 1월 말에 비해 44% 줄었다. 자동차 업계는 4월 계약률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 힘 빠지는 ‘노사문화 선진화’

이윤호 지경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자동차 업계가 지금까지의 노사관계를 선진화하겠다는 합의가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원을 재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시 청와대에서도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선(先) 자구 노력과 후(後) 정부 지원 원칙을 철저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원책 시행 시기(5월 1일)를 못 박으면서 주도권은 자동차 업계로 넘어가게 됐다. 자동차 노조에서 보자면 최소한의 예의만 보이고 5월 1일까지만 기다리면 혜택을 볼 수 있다. 정부는 ‘시기가 정해진’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최근 노사 선진화에 대해 한 발 물러서는 모습까지 보였다. 임채민 지경부 차관은 8일 기자들과 만나 “자동차업체 자구 노력은 정부가 판단할 것은 아니고 소비자와 시장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 다음 주 정부 발표

정부는 자동차산업 지원책에 대한 최종안을 9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최종안을 소폭 보완한 후 다음주에 확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경제부처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정부는 5월 1일부터 노후 차량을 처분하고 경차 및 하이브리드차를 사는 고객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 발표된 초안은 세금 감면이 핵심이었다.

만약 경차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확정되면 보호무역 논란이 일 수도 있다. 현재 한국이 수입하는 외제차 중 배기량 1.0L 이하 경차는 한 대도 없기 때문에 보조금 수혜는 모두 국산 자동차 업계에 돌아간다. 자칫하면 세계무역기구(WTO) 등이 보호무역으로 규정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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