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부가 자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를 허용하지 않은 한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10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우리 정부의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금지와 ‘가축전염병예방법’ 관련 조항이 WTO 협정에 위배된다며 9일 제소를 강행했다.
캐나다산 쇠고기는 2003년 5월 캐나다에서 첫 광우병(BSE) 소가 발견됨에 따라 수입이 전면 중단됐다. 이후 캐나다는 2007년 5월 미국과 함께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BSE 위험통제국’ 지위를 얻자 본격적으로 한국에 수입 재개를 요청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캐나다에서 15번째 광우병 소가 발생해 협상이 진전되지 못했다.
○ 과학적 안전성 vs 국민적 공감대
캐나다는 이미 우리 측에 3월 말까지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약속하지 않으면 WTO에 제소할 수 있음을 시사했었다. 캐나다가 수입 재개를 주장하는 근거는 과학성과 형평성. 미국산 쇠고기는 수입이 재개됐는데 똑같이 BSE 통제국 지위를 얻은 캐나다산 쇠고기는 아직도 수입 재개가 허용되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 캐나다에서 ‘광우병 소’는 발견됐지만 철저한 유통 관리로 ‘광우병 쇠고기’는 유통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홍콩 일본 대만 등 71개국이 캐나다산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는 만큼 한국 국민이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주장한다.
우리 정부도 캐나다산 쇠고기의 과학적 안전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야 수입을 재개할 수 있다는 방침이 확고하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캐나다산 쇠고기에 대한 역학 보고서를 받고 가축방역협의회를 연 결과 ‘과학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 장관은 “광우병 소가 캐나다에서 나오는 현상을 볼 때 더 점검할 필요가 있고 소비자 설득 문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 양자 협의 만만치 않을 듯
캐나다 측이 9일 주제네바대표부를 통해 제소에 따른 첫 후속절차인 ‘양자 협의’를 농식품부에 요청함에 따라 한국은 30일 내에 협의에 응해야 한다. 양자협의를 통해 60일 이내에 합의를 보지 못하면 일종의 국제 재판인 분쟁해소 패널로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패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면 2∼3년이 걸려 그동안 쇠고기 수입 재개는 사실상 힘들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WTO 제소 후 양자협의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소국은 WTO 패널 설치를 요구할 수 있지만 그런 사례는 많지 않다”며 “일단 양자협의에서 원만히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