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자동차회사에서는 엔진과 변속기 등 수많은 부품이 있지만 승차감과 핸들링을 결정하는 서스펜션(바퀴와 차체를 연결하는 부품)의 연구개발이 가장 변수가 많고 실험도 까다로워서 힘들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이 두 가지의 상충하는 요소가 서스펜션만으로 결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차체의 강성 및 엔진의 위치와도 상관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조건을 조합하면 경우의 수는 거의 무한대로 늘어납니다. 그래서 부드러우면서 핸들링도 좋은 차를 만들기가 힘든 것이죠.
반면 연료소비효율이 좋으면서 출력도 높은 엔진, 동력전달력은 뛰어나면서 변속충격이 적은 자동변속기는 기술의 발달로 어느 정도 해결돼 가고 있습니다. 고효율 터보차저가 들어간 직분사 엔진과 더블클러치 자동변속기가 그것입니다. 특히 엔진은 가변압축기술과 하이브리드 시스템 등의 첨단기술이 더해지면서 더욱 발전하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서스펜션은 기계적인 해결방식으로는 승차감과 핸들링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능동형 전자식 서스펜션입니다. 속도가 낮고 거친 길에서는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의 흡수력을 높여 승차감을 좋게 하고, 속도가 높아지거나 차체가 한쪽으로 크게 기울면 각각의 바퀴를 맡고 있는 서스펜션을 강하게 조절해 흔들림을 줄여줍니다.
대표적으로 메르세데스 벤츠의 ABC가 있고 BMW의 EDC와 아우디 DDC 시스템도 이에 해당합니다. 특히 벤츠의 ABC 시스템은 차체의 높이와 서스펜션의 강도를 실시간으로 조절해주는 가장 적극적인 방식으로 부드러운 주행과 스포츠카 같은 날카로운 움직임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지만 내구성이 떨어져 고장이 많은 것이 흠입니다.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산차도 제네시스와 신형 에쿠스 등에 감쇄력이 조절되는 서스펜션을 채택했습니다.
자동차회사들은 이런 새로운 기술을 통해 승차감과 핸들링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래도 역시 근본이 좋아야 이런 ‘잔기술’도 먹힙니다. 뛰어난 차체와 오랜 시간을 통해 숙성된 기계적인 서스펜션이 없다면 아무리 전자장비를 달아도 한계가 드러나기 마련이죠. 논어의 ‘근본이 있으면 도가 열린다’는 사자성어 ‘본립도생(本立道生)’은 자동차에도 그대로 통하나 봅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