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회사든 최고경영자(CEO) 집무실을 가면 그가 CEO로 있는 동안 받은 수많은 트로피와 상패들의 진열장을 꼭 볼 수 있다. 특히 기업의 규모가 크고 잘 알려져 있을수록 이 진열장의 크기와 전시된 상의 종류는 더욱 커지고 다양하기 마련이다. 여러 가지 상 가운데 경영자 개인은 어떤 상을 가장 의미 있고 값지게 생각할까. 한 국내 대기업의 CEO는 최근 이런 질문에 대해 “내가 그동안 받은 여러 가지 상이 다 각각 의미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고객과 직원들이 내가 경영하고 있는 회사를 ‘최고’라고 인정해 준 상이 가장 보람 있고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고객의 관점에서 최고를 정의하는 것은 이미 고객만족이라고 하는 명확한 기준으로 측정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직원들의 관점에서 최고라는 인정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휴잇어소시어츠는 2001년부터 격년으로 아시아지역 주요 국가에서 ‘최고 직장(Best Employers)’에 대한 연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009년을 맞아 다섯 번째로 진행한 연구 조사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 8개 국가에서 9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했다. 이 조사는 인사 조직 분야에서 최대 규모의 연구 조사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 회사가 정말 최고 직장인지를 확인하고 싶어서, 또는 최고 직장이 되기 위해 다른 회사들보다 어떤 면이 부족한지 비교하고 싶어서 많은 기업이 연구 조사에 참여하고 있다. 휴잇어소시어츠는 최고 직장을 선정하기 위해 직원들이 자신의 회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단순히 ‘만족’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회사의 성과에 대한 ‘몰입’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측정하고 있다.
이것은 최고 직장이 ‘직원들이 만족하는 회사’가 아니라 ‘회사의 성과에 몰입할 수 있는 회사’라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가 아무리 좋은 복리후생 제도와 높은 급여를 제공해도 직원들이 그 혜택을 누리고만 있을 뿐 회사의 성과 향상을 위해 몰입하는 모습으로 화답하지 않는다면 경영자로서는 그런 조치들이 허무할 뿐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직원들이 회사의 성과를 위해 지적으로, 정서적으로 몰입해 있다면 바로 그곳이 경영자들의 이상(理想)과 꿈이 실현된 유토피아일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CEO들에게는 ‘최고 직장’으로 선정된다는 것이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항재 휴잇어소시어츠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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