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유동성 공급 정책
한국시장선 일부 작동
日선 통화정책 잘 안먹혀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 한국 경제는 일본보다도 가파르게 추락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빠르게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도 코스피는 올 들어 15일 현재까지 18.6% 상승했지만 닛케이 평균주가는 1.3% 하락했다.
두 나라의 각종 연구소가 내놓은 경제전망도 한국이 훨씬 낫다.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 경제가 ―2.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일본이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7∼―6%)을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5.8%, JP모간 ―7.7%, 도이체은행 ―7.6% 등 최악의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이처럼 한국이 일본보다 선방하는 이유는 우선 한국의 수출이 일본보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타격을 훨씬 덜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2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49.4% 줄어 사상 최대의 감소 폭을 보였다. 1분기 수출액은 무려 60.9% 급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수입은 34.4% 줄어드는 데 그쳤다. 반면 한국의 1분기(1∼3월) 수출은 13.0%, 수입은 16.3%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수출이 선전하고 있는 것은 큰 폭의 원화가치 하락 덕분이다. 지난해부터 원화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수출 가격경쟁력이 높아졌다. 반면 일본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엔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엔고’ 피해를 보고 있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일본 경제에서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무척 높았는데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엔화 강세와 세계 경제 침체가 맞물리면서 수출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 선방의 다른 이유는 통화정책의 효과다. 일본은 장기침체에 빠져 있던 1990년대 중반 이후 ‘제로(0) 금리’ 정책을 폈지만 경기 회복에 실패했다. 금리를 아무리 내려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 일본 경제는 2005년에야 반짝 회복 기미를 보였지만 이번에 다시 수렁에 빠지고 있다. 더는 통화정책을 쓸 여지도 없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10월 이후 기준금리를 3.25%포인트나 내리며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하지만 한국이 안심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대니얼 멜서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의 전망은 극단적인 낙관론(panglossian)”이라며 “한은은 정부의 경기 부양 효과가 ‘즉각적이고도 놀랄 만큼(instant wonder) 효과가 있을 때’를 가정해 전망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0엔대로 다시 약화되고 원화 가치는 강세를 보이면서 ‘고환율의 축복’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음도 나오고 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