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부 매각 등 구조조정
“세탁기 연구개발(R&D) 인력이 겨우 25명입니다. 신제품이 나온 게 기적입니다.” 15일 서울 중구 명동 세종호텔에서 열린 대우일렉트로닉스의 ‘드럼업II’ 제품발표회에서 이 회사 세탁기사업부장인 박선후 이사가 한 말이다. 냉장고 사업부도 R&D 인력은 고작 50여 명. LG전자의 경우 세탁기 R&D 인력만 200∼300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왕년의 ‘가전 명가’였던 대우일렉은 1999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면서 R&D에 투자할 여력을 상실했다. 지난해 R&D 투자비는 231억 원. 전체 매출액 1조9034억 원의 1.2%에 불과했다. 신기술 개발이 부진하자 TV를 포함한 다수 품목이 경쟁력을 잃어갔다. 대우일렉은 결국 지난달 말까지였던 워크아웃 기간을 1년 연장하는 조건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던 사업부들을 매물로 내놔야 했다.
대우일렉은 이날 신제품 발표와 함께 TV와 에어컨 사업을 포기하고 세탁기와 냉장고 등만 남기는 사업구조조정 방안을 공식화했다. 우선 직원 2500여 명 중 구조조정 대상 사업부에 소속된 1200여 명에게 이달 1일부터 재택근무를 시키고 있다. 1990년대 중반 1만2000명이었던 직원이 10분의 1로 줄어드는 셈이다. 회사 측은 21일까지 사업부별 인수의향서를 받고 22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 회사 이성 사장은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사업부 매각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우일렉과 채권단이 앞으로도 연구개발 투자에 인색하면 회생 속도는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된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