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겹살이 어째 싸다 했더니…

  • 입력 2009년 4월 17일 02시 56분


칠레산 냉동돼지 19억어치 국산 생고기로 둔갑시켜 유통

삼겹살(사진) 소비가 늘어나 1인분(200g)에 1만 원 안팎을 받는 식당들이 늘어나면서 ‘금겹살’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100% 국내산 생삼겹살’이라는 원산지 표시를 내걸고 1인분에 4800원을 받는 삼겹살 전문체인점이 여전히 성업 중이다. 어떻게 이들 체인점은 다른 식당보다 싸게 삼겹살을 팔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외국산 삼겹살을 국내산으로 둔갑시킨 데 있었다. 16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남지원은 “최근 삼겹살전문 A 체인본부에 ‘국내산 생삼겹살’을 납품하고 있는 T 도매상을 석 달간 추적한 결과 이 도매상이 정교한 해동처리과정을 거쳐 칠레산 냉동돼지고기를 국내산으로 속여 팔아 온 ‘원산지 위조’ 전문업체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떡갈비 제조업’ 간판을 내걸고 2007년 11월부터 모두 204t의 칠레산 냉동돼지고기 삼겹살을 해동처리해 국내산 생삼겹살로 둔갑시켜 48곳의 음식점을 가맹점으로 둔 A 체인본부에 모두 19억3000만 원어치를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업주 최모 씨(46)는 축산물가공처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되고 공동운영자 김모 씨(43)등 나머지 5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업주 최 씨가 착안한 것은 오랜 경험상 칠레산 냉동육을 잘 해동하면 국내산 삼겹살과 구분이 어렵다는 사실. 그는 이 체인본부 측과 처음 계약할 때는 칠레산을 국내산 90%에 칠레산 10%만을 섞어 납품하다가 점차 칠레산 비율을 높여 검거 직전에는 전량을 칠레산으로만 납품했다. 국내산만 납품할 때보다 유통마진을 40% 이상 더 챙길 수 있었다.

단속반 이필영 수사관은 “냉동 삼겹살을 해동한 뒤 육절기로 절단해 고기 조각을 국산과 비슷하게 놓고 ‘돈육: 국내산’ 문구가 새겨진 얇은 비닐로 진공 포장한 것은 물론이고 ‘국내산’으로 표시된 전자저울 라벨까지 붙여 감쪽같이 국내산 생삼겹살로 속였다”고 말했다.

전남지원 김재호 원산지담당은 “올해 6월 시행되는 ‘소 또는 쇠고기 이력추적에 관한 법률’과 같이 돼지고기에 대해서도 ‘이력추적제’와 같은 원산지 위조방지 장치와 유통구조 단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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