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로스차일드 지음·김명철 신상수 옮김
408쪽·1만5000원
최소한 2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불황의 그늘이 걷히는 것인가. 주가가 다시 반등하고 부동산 시장도 술렁이고 있다. 펀드에서 날린 투자액을 만회하기 위해 코스닥으로 달려가는 사람이 많다는 소식도 들린다. 투자 전망도 제각각이다. 주위 사람들은 발 빠르게 움직여 벌써 돈을 많이 번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떻게 재산을 지키고 투자해야 할까.
이런 물음에 속 시원히 답해줄 책은 없는 것 같다. 각종 투자비법을 소개한다는 고수들의 책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이 책도 비슷한 종류의 투자지침서인 줄로 여겨 한쪽으로 치워놓았다가 다시 들여다보니 단순한 투자요령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미국 경제사에 가까웠다. 다만 역사가의 시각이 아니라 전문투자자의 개인사 또는 가족사 차원이라고 해야 옳겠다. 호황과 불황을 롤러코스터처럼 오르고 내린 지난 100년간의 미국 투자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하다.
금융전문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3대에 걸쳐 전문투자가로 이름을 날린 데이비스 가문을 추적 취재한 결과를 책으로 소개한다. 이야기는 한 역사학도로부터 시작된다. 역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나 대공황의 여파로 적당한 일자리를 잡지 못했던 데이비스라는 인물이 투자에 관심을 갖고 직업으로 삼는 과정도 흥미롭다. 투자에 성공하는 데 조기 경제교육이 꼭 필요하지도 않고, MBA 학위도 필수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보다는 철저한 근검정신과 절제력이 놀라운 투자 성공의 비결이자 투자가문의 가훈이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데이비스 가문의 놀라운 절약 정신을 여러 사례를 통해 소개한다. 데이비스는 아들과 손자에게 부를 축적하려면 버는 것보다 덜 쓰고 주식에 투자할 돈을 남겨두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몸소 보여주었다. 투자자로서 성공하고 부를 축적했지만 자식들은 20대가 될 때까지 그런 돈이 있는 줄도 몰랐다. 아이들에게 장작 쌓기, 나뭇잎 치우기, 계란 수거하기 등 집안일을 시켰다. 그가 아이들에게 늘 하는 말은 “남기지 마라, 해질 때까지 입어라, 만들어 쓰거나 아예 없이 살라”는 것이었다.
재산을 물려주지는 않았다. 재산을 물려주었다면 부의 축적은 3대를 지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대신 자신이 모은 재산을 가치 있는 일에 썼다. 자유기업을 장려하고 자본주의 힘에 대한 정치적 위협을 반대하는 헤리티지재단 같은 곳에 기부했다. 그 대신 아들과 손자에게 물려준 것은 9개의 투자 신조였다. 예컨대 헐값의 주식을 피하라, 고가의 주식을 피하라, 성장속도가 빠른 주식을 매입하라, 가격이 적당해질 때까지 기다려라 등등.
이 책은 데이비스 가문의 가족사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대전, 오일쇼크 등 경제적 전환기의 고비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행동했는지도 보여준다. 엄청난 경제적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주인공이 철저하게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만 투자했다고 한다. 화려하게 성장하는 산업이나 기업보다는 남이 주목하지 않는 보험업 같은 곳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결과 성공을 이루었다는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누가 어떻게 투자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더라’ 식의 얘기에 유혹되어 피해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다만 철저하게 현장이나 투자 대상 기업을 방문하고 찾아가서 확인하는 것을 빼놓지 않았다. 나중에 일본 경제가 부상할 때는 직접 일본으로 가 투자 대상 기업을 조사하기도 했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 화 낼 때도 일관된 기준 있어야 ▼
평판의 힘
주희진 지음·240쪽·1만1000원·위즈덤하우스
공무원부터 의사, 영업사원, 대학교수 그리고 주부까지 평판관리를 잘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구체적인 평판관리 사례와 방법도 담았다. 저자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나쁜 평판관리 원칙으로 △드러내 놓고 관리하기 △남을 낮추고 나를 높이기 △오로지 일만 잘하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기 등 4가지를 꼽았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 이베이와 알 카에다의 공통점은? ▼
불가사리와 거미
오리 브라프먼, 로드 벡스트롬 지음·김현숙, 김정수 옮김·280쪽·1만3000원·리더스북
저자들은 분권화된 개체가 각각의 자생력을 유지하면서 큰 덩어리를 이루는 조직을 불가사리 조직이라 부른다.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가감하는 위키피디아나 물건을 사고파는 주체들이 모여 큰 장을 이루는 이베이처럼 불가사리 조직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저자들은 미국의 집요한 공작에도 알 카에다가 궤멸되지 않는 것은 오사마 빈 라덴의 불가사리식 조직 운영 방식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한다.
정보화 시대엔 불가사리 조직이 거미 조직보다 유리하다는 게 저자들의 생각. 그러나 중앙집권형 조직의 특징인 질서를 완전히 무시해선 안 되며 불가사리 조직의 장점과 결합돼야 한다고 말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