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오는 미국 정책당국자들의 경기에 대한 소견이다. 하지만 이런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30개 회원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11월 전망치인 ―0.4%에서 대폭 낮아진 ―4.3%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많은 경제기관도 지구촌 수요 위축 탓에 경기신중론을 지키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도 글로벌 여건 변화를 감안해 올해 성장률을 ―2.4%로 크게 내려 잡은 바 있고, 세계 경제 석학들도 이번 위기가 단순한 경제 타박상이 아닌 심각한 중상이라는 사실을 일관되게 외치고 있다.
경제 진단이 요즘처럼 분분한 적이 또 있었을까. 하기야 위기의 진앙이 세계 최대의 소비국이자 금융대국인 미국이다 보니 그 논란의 정도가 예전과 비교될 수 없는 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선진국 부채경제를 여전히 ‘순환론’의 범주 안에서 볼 것인지, 아니면 차원이 다른 ‘구조적인 문제’로 볼 것인지 본질적인 견해차가 있다. 즉 팔다 남은 재고가 줄고 소비가 일정 수준 충분히 떨어지면 경기는 더 후퇴할 여지가 없어 결국 돌아서고 만다는 일반적인 경험론에 따를 것인가, 아니면 20∼30년 이상의 꽤 긴 세월 동안 차곡차곡 쌓인 뿌리 깊은 경제 모순이 일거에 다 터진 것이라 그 수습에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들 것으로 볼 것인가의 견해차인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그저 평범한 순환론을 따르기를 원할 것이고, 반면 국제통화기금(IMF) 추정치인 전 세계 4조 달러의 금융부실과 아직 절반도 채 상각되지 않은 부실채권을 상기하는 사람들은 “정말 이번만은 다르다”고 외치고 싶은 욕구를 버릴 수가 없을 것이다. 다른 것은 다 무시하고 돈의 힘만 믿어 본다면 긍정의 전망 쪽에 일단 표를 던지고 싶지만, 무분별하게 풀린 유동성의 폐해를 한 번쯤 생각해 본다면 신중함의 고삐를 놓을 수가 없다.
결국 오랜 세월 세계 저축의 절반 이상을 흡수해 가면서 금융부실을 만들어 낸 미국이 지금 벌이고 있는 과감한 통화 팽창과 재정적자 카드가 어떤 그림으로 귀결될 것인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이분법적 고민 속에서도 주식시장은 유동성의 순풍을 타고 바닥을 이탈했고 투자심리도 하루가 다르게 온기를 더해가고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 밖에 있는 사람들에까지, 즉 신용시장과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까지 따뜻한 기운이 퍼지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듯하다. 응급환자가 수술을 통해 일단 한 고비를 넘겼다지만, 이 질병이 고질적인 만성질환으로 남지 않도록 긴장 속에 치료를 계속하고 원기를 찾아가는 고단한 일정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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