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그룹중 2곳만 “경기 바닥쳤다”

  • 입력 2009년 4월 18일 02시 58분


동아일보 ‘체감경기’ 설문

한국의 20대 그룹(자산 기준·공기업 제외) 중 2곳만 ‘경기가 이미 바닥을 쳤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2분기(4∼6월)에서 4분기(10∼12월) 사이에 저점을 지날 것으로 보는 그룹은 14곳이었다. ‘내년에야 경기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을 보인 그룹도 4곳이나 됐다.

이는 본보가 16, 17일 이틀에 걸쳐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SK, LG, 롯데 등 20대 그룹의 체감경기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다. 최근 일부 경기지표가 좋아지면서 ‘경기가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나 한국의 대표 그룹 10곳 중 9곳이 ‘아직’이라고 느끼고 있다.

삼성그룹은 “그룹 차원의 체감경기는 바닥을 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글로벌 시장 환경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고 환율과 외국인 투자 동향도 안정됐다고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삼성은 ‘올해 3분기(7∼9월)’가 바닥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미국 경기가 회복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는 4분기가 한국 경제의 저점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SK그룹은 “최근의 경기 반등 양상은 ‘일종의 착시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며 경기 회복 시점을 ‘내년 하반기(7∼12월)’로 멀리 잡았다. LG그룹도 “한국 경제가 원화 약세 덕분에 어느 정도 선전하고 있지만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체감경기가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LG는 ‘올해 하반기 정도가 바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20대 그룹 중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을 계획하거나 진행 중인 곳은 6곳으로 나타났다. 재계 관계자들은 “‘위기 뒤에 찾아올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지금 과감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경영 현장에서는 아직 구조조정 바람이 불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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