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방향 교육-재택 근무
새 서비스로 고용 창출
통신-전력망 고효율화
저탄소 녹색혁명 앞장
《1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KT 본사 회의실에서 이 회사의 ‘그린IT추진위원회’ 첫 회의가 열렸다. 회의 시간이 됐지만 본사 회의실에는 자리가 많이 비어 있었다. 이날 회의가 6곳을 연결한 화상회의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위원장을 맡은 이석채 KT 회장은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KTF 사옥에서 회의에 참석했다. 서울 광화문 사옥, 우면동 연구소 내에서 회의에 참석한 사람도 여럿이었다. KT는 이 회장의 지시로 화상회의 시스템을 사장실과 임원실, 전국 42개 지역의 마케팅 및 네트워크 운용단장실, 자회사인 KTF의 주요 임원실에 설치해 수시로 활용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KT가 국내외 회의의 20%를 인터넷 화상회의로 대체하면 참석자의 이동에 쓰이는 에너지가 줄어 연간 총 137억 원가량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분석했다. 구체적으로는 탄소 배출이 연간 25만 t 줄어듦에 따라 53억 원이 절약되고, 출장비용이 44억 원 감소하며, 업무생산성 향상 효과가 40억 원에 이른다는 것.
○ 친환경 솔루션 사업 추진
KT는 화상회의를 내부에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친환경 솔루션 사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현재 KT의 화상회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내 공공기관과 일반기업은 약 300여 곳. KT는 외국산이 거의 100%를 점유하는 화상회의 시스템을 웹 기반의 국내 솔루션업체로 대체할 계획이다. KT는 이 사업이 본격화하면 네트워크 구축 분야에도 20%가량의 매출 증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
KT는 화상회의 외에도 인터넷TV(IPTV)와 화상회의를 결합해 직접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양방향 교육, 재택근무 환경을 구축하기로 했다. KT는 이 서비스가 에너지와 사교육비 절감은 물론 기업의 고용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또 전자센서 네트워크(USN)와 전자태그(RFID) 기술을 활용해 기업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절감 컨설팅과 환경감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장의 센서가 감지한 측정치를 통신망으로 전송해 국가기관이나 각 기업이 환경오염 현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이다.
KT는 이 밖에도 전력망을 지능화해 전력 사용을 10%가량 절감하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KT는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통신망을 활용해 도시 내의 교통체계를 지능화하는 방안도 연구한다. 향후에는 이를 확대해 소비자 집 내부의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한 솔루션, 무선통신 기반의 모니터링 서비스, 그린 오피스, 그린 빌딩, 그린 홈 서비스를 발굴해 국가 전체의 생활 속 녹색 혁명을 주도하기로 했다.
표현명 KT 코퍼레이트센터장(전무)은 “KT의 선진화된 정보통신 기술로 한국이 녹색 선진국으로 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하겠다”며 “그린KT, 그린 코리아 실현에 KT의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 통신망 효율화로 에너지 절감
흔히 정보기술(IT)산업이 에너지를 아주 적게 사용하는 친환경산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작년에 IT분야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쓴 국내 건물은 KT의 인터넷데이터센터(IDC)였다. 사용량은 2만616TOE(석유환산톤). IT 이외의 상용빌딩까지 통틀어서는 코엑스(3만2138TOE)에 이어 2위다.
IDC란 IT기업이 인터넷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컴퓨터(서버)를 모아놓은 ‘서버 호텔’을 말한다. 1TOE는 연료소비효율이 L당 12km인 일반 자동차가 서울과 부산을 16번 왕복할 수 있는 휘발유량. 즉 KT IDC 한 곳에서만 서울과 부산을 32만9800번 왕복할 에너지를 사용한 셈이다. KT IDC는 전체 건물을 포함한 순위에서도 11위에 올랐다. KT 자산관리센터(1만9697TOE), LG데이콤(1만7728TOE) 등도 ‘전기 먹는 하마’ 대열에 올랐다.
KT는 IDC 등 통신망에서 쓰이는 전력 절감을 위해 전력을 교류(AC)에서 직류(DC)로 전환하는 등의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KT의 남수원 IDC와 목동 IDC는 DC 방식의 전력공급으로 비용을 효율화하고 서버 발열량을 30% 이상 절감했다. KT는 이를 전체 IDC로 확대하면 연간 6만 t가량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IDC 서버의 가상화 기술을 통해 설치 면적을 줄이고 전력을 효율화하는 ‘그린서버’ 구축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가상화 기술이란 물리적으로 1대의 서버에서 각기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함으로써 마치 여러 대의 서버가 운영되는 효과를 내는 기술을 말한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내년까지 서버 운영에 드는 에너지 비용을 18.8% 절감할 수 있다.
KT는 장기적으로는 자체 IDC뿐 아니라 국가 전력 전달체계를 AC에서 DC로 전환하는 데도 기여할 계획을 세웠다. DC 전원 공급은 AC 대비 가정은 15%, 기업은 6%의 전력 효율화 효과를 볼 수 있다. KT는 우선 자사의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통신 전원을 제공하기 위한 연구에 돌입했다.
○ 신재생에너지 분야 진출 채비
KT는 최근 회사의 정관에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가해 관심을 모았다. KT는 작년 12월부터 서울 중랑구 신내동과 경기 화성시 전화국 건물의 옥상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각각 50kW급인 이 시설은 일반 가정 4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한다.
발전소 가동으로 KT는 연간 13만 kWh의 전력을 자체 생산해 약 2000만 원의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강원 강릉수신소의 남는 땅을 활용해 500k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시범 운영을 거쳐 사업성이 확인되면 장기적으로는 유휴용지와 인력을 활용한 태양광발전 사업에 뛰어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도 줄이고 돈까지 벌겠다는 복안인 것.
KT는 대전 대덕1연구소에 지하 100∼150m의 지열을 냉난방 에너지로 활용하는 지열발전도 시범 운영하고 있다. 효율성이 확인되면 각지의 소규모 사옥에 한해 지열발전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한국도 ‘그린IT’ 엔진 달아야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중 정보기술(IT) 제품이 발생시키는 것의 비중은 약 2%. 항공 산업과 맞먹는 규모다. ‘그린IT’는 IT 분야도 전 지구적 화두가 된 저탄소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미로 등장한 개념이다. 환경을 의미하는 ‘그린’과 IT의 합성어로, IT 부문의 친환경 활동과 IT를 활용한 친환경 활동을 포괄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세계 IT 제품의 에너지효율이 5% 증가한다면 2030년에는 2620억 kWh(약 300억 달러)를 절약하는 효과가 발생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1억5600만 t(약 40억 달러) 절감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같은 그린IT 서비스 시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만 2011년 20억 달러(약 2조66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린IT는 IT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데서 시작해 IT 외 분야에 친환경 솔루션 제공, 나아가 친환경 에너지 개발을 목표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은 국가가 앞장서서 경기부양과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그린IT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중에서도 BT, IBM, HP, 인텔, 구글, 후지쓰 등이 고효율 기술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차세대 사업으로 적극 육성하는 대표주자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에서도 고도화된 통신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그린IT 전략을 추진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사이버회의, 지능형 교통정보 시스템, 페이퍼리스(paperless) 전자문서 시스템 등으로 향후 5∼10년간 11조9000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발생시키며 친환경 사회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연구소는 ‘그린IT 비전과 전략’ 보고서에서 “전 세계 경제성장의 중요한 축이었던 IT는 그린IT로 진화하고 있다”며 “한국이 이를 도입하면 탄소배출량의 8% 이상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그린IT 기반의 녹색 뉴딜로 95만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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