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열기 높아 효과 만점
기업이미지 개선에 한몫
‘회사를 관둔 뒤 얼굴에 웃음이 사라진 우리 아빠께 비타민이 풍부한 망고샐러드를 추천합니다. ―사랑하는 딸로부터’
CJ푸드빌에서 운영하는 패밀리레스토랑 ‘빕스’에 가면 이처럼 고객들의 개인 사연이 담긴 새로운 메뉴판을 볼 수 있다. 최근 고객들이 직접 사랑하는 사람에게 관련 사연과 함께 특정 메뉴를 추천하도록 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나만의 추천 메뉴’ 이벤트의 결과물이다. 지난달 행사를 시작한 이후 8000여 명의 고객이 참여했다.
군대에서 ‘눈물의 닭고기’를 함께 먹었던 동기에게 추천하는 치킨 요리부터 사랑하는 아내에게 사주고픈 훈제연어샐러드 등 내용도 다양하다. 빕스 측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사연이지만 공감되는 내용이 많아서인지 고객들이 관심을 갖는다”며 “사연이 담긴 메뉴들이 선호도와 만족도가 높아진 것으로 조사돼 앞으로도 고객 이야기를 활용한 마케팅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광고 이벤트나 마케팅 전략에 고객 사연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기업의 광고 메시지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던 기존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 탈피해 고객 간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는 형태로 바뀌는 모습이다. 기업들은 이벤트 소재와 공간만을 제공하고 대신 고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기업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인식시키는 한편 고객과 회사 브랜드 간 친밀도를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보고 있다.
SK텔레콤이 최근 시작한 ‘비바캔디로 소망을!’ 이벤트도 비슷한 사례. 이 이벤트는 고객들로부터 친구나 가족이 꼭 이루었으면 하는 소망을 모바일 및 온오프라인을 통해 받는다. 이달 13일 시작한 이래 하루 평균 4000명의 고객이 사연을 보내고 있다. 이 회사에 따르면 등록된 사연 중에는 경제 불황을 반영한 듯 ‘취업 성공’이나 ‘내 집 마련’ ‘주가 회복’ 등을 기원하는 내용이 많았다.
올림푸스한국 역시 지난해 말 부인이나 자녀들로부터 아빠에 대한 사연을 받아 그중 100명에게 수면 위내시경 무료 검진을 제공하는 캠페인을 했다. 500여 명이 참여한 이 이벤트에는 곧 아기 아빠가 될 신랑을 위한 임신부의 사연부터 실직한 남편의 새 출발을 위한 부인의 사연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다. 올림푸스한국 측은 캠페인 진행 이후 회사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을뿐더러 ‘따뜻하고 정이 많은 회사’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도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박재항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장은 “참여와 공유가 핵심인 웹2.0 시대에 발맞춘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라며 “소비자들이 직접 기업의 광고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가 형성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