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의 매도세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주가가 1,200선을 돌파한 이후 매수세가 뜸해지더니 6일 이후부터는 10일 연속 순매도를 했다. 4월 들어서만 2조8000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이와 정반대로 대규모 순매수에 나서며 기관 매물을 대부분 흡수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 증시가 단기 급등했지만 기관이 대규모 매도에 나서면서 상승 탄력이 줄었다.
경험적으로 볼 때 주가 급락 이후 반등하는 초기에 기관의 매매 동향은 대개 지금과 비슷했다. 외환위기 이후 1998년 9월부터 주가는 반등하기 시작했다. 당시 기관은 6개월 연속 매도세를 유지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반등 과정에서도 그랬고, 2003년 신용카드 사태 이후 반등에서는 무려 12개월 연속으로 주식을 팔았다. 그런데도 당시 주가가 반등을 넘어서 추세적인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은 외국인이 꾸준히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반등 국면에서 기관이 주식을 매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기관의 ‘실탄’인 주식형펀드 자금이 대개 주가에 후행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주가 급락으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은 주가가 반등하면 펀드를 현금화하려 한다. 또 새로 시장에 들어오는 투자금은 펀드보다 직접투자에 관심이 많다. 이 때문에 유동성장세 초기에 기관의 매도세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기관의 매도가 아니라 외국인의 매수 강도다. 최근 외국인의 매수세는 시간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의 최근 수급 구도는 국내 증시가 주가 상승 초입에 있을 가능성을 더욱 높여준다.
이번 주에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이슈는 역시 기업실적 발표이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미국 금융기관의 실적 발표는 무사히 지나갔기 때문에 이번 주는 국내 기업의 실적 발표를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대표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는 만큼 이번 주가 사실상 1분기(1∼3월) 실적시즌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
이번 주에는 미국 주택가격 지수와 매매건수도 발표된다. 주택경기 관련 지표 중 가장 선행하는 것이 매매 관련 지표다. 지난달 기존 주택 매매와 신규 주택 매매가 양호한 수치로 발표된 만큼 이달에도 개선된 것으로 발표된다면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국내 경제지표로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발표될 예정이다. 최근 경기선행지수가 돌아서는 등 긍정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예상을 크게 넘어설 정도로 나쁜 수치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면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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