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수주 작년 38% 불과…일부업체 이미 구조조정
21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GS건설 본사 10층의 한 회의실. 한국인 엔지니어 2명과 외국인 엔지니어 5명이 현재 중동지역에서 진행 중인 플랜트 공사를 주제로 회의를 하고 있다.
회의 때 오가는 말은 모두 영어이고 설계도를 비롯한 각종 서류도 모두 영어로 돼 있다. 회의실 밖에서도 외국인 엔지니어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플랜트 사업을 담당하는 설계팀이 있는 10층에는 70여 명의 외국인 엔지니어가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건설사에도 금융회사 못지않게 많은 외국인 전문 인력이 일하고 있다”며 “플랜트 설계 관련 부서는 사실상 영어가 공용어”라고 말했다.
○ 인도 현지 법인서 설계인력 선발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SK건설 등 플랜트 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은 200∼500명의 외국인 설계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해외사업을 많이 하는 대형 건설사들은 약 3년 전부터 인도에 현지법인을 세워 설계인력을 대거 충원했다. 이 기간에 국내 건설사들의 플랜트 사업 비중은 크게 늘었지만 국내에서 충원 가능한 설계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06년 인도 델리에 플랜트 설계를 주로 하는 현지법인을 만들었고 현재 340명이 일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총 1530명의 설계인력 중 외국인이 480명(31.4%)이다. GS건설도 2006년 인도 뭄바이에 설계 전문 현지법인을 만들어 올해까지 약 300명의 인력을 채용했다. 이 회사는 서울 본사에도 70명의 외국인 설계인력이 근무하고 있으며 전체 플랜트 설계직원의 24%가 외국인이다.
SK건설도 2006년 인도 구르가온에 현지 법인 개념의 엔지니어링센터를 설립했다. 현재 이곳과 서울 본사에서는 각각 120명, 95명의 설계인력이 근무 중이다.
○ 플랜트경기 하강세 인력운용 고민
건설사들에 따르면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설계인력들의 임금은 국내 직원의 80∼85% 수준이다. 인도 현지법인 직원들의 임금은 이보다 더 싸다. 인도가 국내 건설사들의 최대 플랜트 시장인 중동과 가까워 인도의 설계인력들을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SK건설 관계자는 “한국 본사와 중동지역의 플랜트 공사현장 간 시차를 감안하면 인도의 엔지니어링센터에서 현장을 관리하는 게 더 효율적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 건설사들은 앞으로 외국계 설계인력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이 크다. 국내 건설사들의 올해 1분기(1∼3월) 플랜트 사업 수주금액은 43억 달러로 지난해 1분기 대비 38%에 불과할 정도로 줄었기 때문이다. 쿠웨이트 알주르 제4정유시설 공사를 비롯해 몇몇 사업은 공사가 취소되기까지 했다.
이에 따라 이미 취소된 사업에 투입됐던 일부 외국인 설계인력들은 구조조정을 하기도 했다. GS건설 글로벌인력지원팀 관계자는 “현재는 외국인 설계인력 수를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계속해서 플랜트 경기가 좋아지지 않으면 인원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