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함과 안락함은 포기하라고?’ 경유 가격 폭등으로 한동안 외면 받았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화려하게 돌아왔다. 힘과 높은 연료소비효율에다 정숙함, 안락함까지 겸비한 새 모델들이 SUV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이제 험한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거칠고 시끄러운 SUV에 대한 기억은 지워야 할 것 같다.》
○ 조용하고 편안한 가솔린 SUV 전성시대
지난달 국내에서 닛산의 중형 프리미엄 SUV ‘무라노’는 102대나 팔렸다. 지난해 11월 국내에 상륙한 후 4개월 만에 수입 SUV 중 판매 1위에 등극한 것. 전체 수입차 판매 순위 10위에 든 SUV도 무라노가 유일했다. 무라노의 강점은 세단 못지않은 편안하고 부드러운 주행에 있다. 5000만 원대의 가격도 경쟁력의 원천이다.
렉서스는 중형 프리미엄 가솔린 SUV ‘RX350’을 한사코 ‘크로스오버 세단’이라고 부른다. 럭셔리 세단 못지않은 편안함과 정숙함을 갖추고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2월 국내에 출시된 RX350은 가격이 7000만 원대에 이르지만 지난달 43대가 팔리며 럭셔리 SUV의 대표 모델임을 입증했다. 다이내믹한 디자인과 최첨단 전자장비에 고급 세단의 안락함과 정숙함을 고루 갖춘 덕분이라는 게 렉서스 측 설명이다.
인피니티 EX, FX 시리즈도 강력한 힘과 안락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뉴 인피니티 EX35는 302마력의 파워와 부드러운 승차감을 함께 제공한다. 특히 세련된 디자인에 최저 지상고가 일반 세단 수준이어서 여성들도 선호하는 모델이다. ‘뉴 FX’는 배기량 5.0L의 390마력 모델과 3.5L의 307마력 모델이 있다. 7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FX 시리즈는 안락함은 물론 뛰어난 가속 능력과 고속 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정숙하고 안락한’ SUV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국내 자동차 회사도 지난해 이후 속속 가솔린 SUV 모델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기존 디젤 모델에 가솔린 엔진을 얹은 수준이어서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그나마 르노삼성자동차의 2.5L급 QM5 가솔린 모델 정도가 인기를 끌며 수입 가솔린 SUV의 파상공세에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달까지 2567대가 팔린 QM5는 상대적으로 뛰어난 연비와 변속충격이 거의 없고 효율이 높은 무단 자동변속기, 중형승용차 수준의 승차감과 핸들링, 파노라마 선루프 등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선전하고 있다.
○ 디젤 SUV의 진화
지난해 7월 국내에 처음 선을 보인 폴크스바겐 ‘티구안’은 단숨에 2L급 수입 콤팩트 SUV 시장을 휩쓸고 있다. 지난달 TDI 모델만 85대가 팔렸고, TSI 모델까지 합치면 100대 가까이 팔린 셈이다. 터보차저가 장착된 TDI 엔진은 4기통 차세대 커먼레일 엔진으로 한층 향상된 힘과 탁월한 정숙성, 뛰어난 연비를 한꺼번에 제공한다는 게 폴크스바겐 측 설명이다.
지난해 6월 출시 된 BMW ‘X6’는 가격이 1억 원 가까이 되지만 지난달에만 11대가 팔릴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근육질 몸매의 X6는 쿠페의 역동성과 기존 SUV의 장점을 합친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SAC)’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다. 고급 스포츠 세단 못지않은 핸들링과 승차감, 정숙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선보인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는 가격이 1억3000만 원을 웃돌지만 지난달 6대가 팔렸다. 새로운 터보디젤 엔진은 기존 V6 디젤 엔진에 비해 한층 향상된 힘을 제공하면서도 엔진 소음을 4분의 1 수준으로 낮춰 뛰어난 정숙성을 자랑한다.
국산 SUV의 부활은 이달 초 서울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 기아자동차의 ‘쏘렌토R’가 이끌고 있다. 쏘렌토R의 R는 혁신과 안락함을 의미한다. 200마력의 힘에 L당 14.1km에 이르는 높은 연비, 고급 세단 수준의 안락함과 주행 성능을 갖춘 쏘렌토R은 출시 20일도 안 돼 2500대가 넘는 계약이 이뤄졌다. 가솔린, LPG 모델도 출시된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Car & Brand’ 특집기사목록 ▶ 편안… 정숙… 부드러움… 세단? SU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