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Brand]현장에서/크라이슬러코리아의 발빠른 변신

  • 입력 2009년 4월 23일 02시 58분


18일 경기 수원시에 있는 중고차 매매단지에 가봤습니다. 주말이었지만 고객으로 보이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한 업체 직원에게 최근 상황을 묻자 “경기 침체 영향도 크지만 최근에는 신차 가격 할인 공세 때문에 더욱 거래가 안 된다”고 하더군요.

수요가 없으니 판매 가격도 크게 내렸을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이 직원은 “아무리 자금이 묶여 있다고 해도 손해보고 팔 수 없지 않느냐”고 하더군요. 중고차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는 얘기는 극히 일부 업체에 국한된 일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새 차 가격은 많이 내렸을까요. 올해 들어 국산차, 수입차 할 것 없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가격 할인을 하고 있다지만 막상 차를 사려는 고객 입장에서는 생각만큼 가격이 내려가지 않은 게 사실이지요. 일부 비인기 모델을 제외하면 실제 할인 폭은 최근 몇 년 새 크게 오른 차량 가격에 비해 극히 미미하다고 합니다. 당연히 쪼그라든 고객의 주머니를 열기엔 역부족이겠지요.

급기야 내수 판매가 살아나지 않자 정부가 나서서 세금을 낮춰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10년 된 차가 500만 대를 넘는다고 해도 100만∼200만 원 아끼려고 수천 만 원짜리 차를 선뜻 구입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입니다.

미분양에 시달리던 건설회사 중에는 최근 분양가의 20%가량을 깎아 주는 곳도 나오고 있습니다. ‘가격 거품’ 논란이 있긴 하지만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이겠지요. 엄청난 재고로 자금난에 시달리기는 국내 자동차 회사들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이미 법정관리 중인 곳도 있고, 정부에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한 곳도 있지요. 중고차, 수입차 업체 모두 상황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비상 상황에서는 평상시의 이익을 생각해선 안 됩니다.”

미국 본사의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달 렉서스, 혼다 등을 제치고 국내 수입차 판매 5위를 차지한 크라이슬러코리아 한 임원의 얘기입니다. 크라이슬러는 파격적인 가격 인하와 서비스 강화 정책으로 최근 판매가 급증했지요. 우유부단한 자세로 정부의 눈치만 보고 있는 자동차 업계가 한 번쯤 되새겨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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